최근 24시간 이내 속보 및 알림을 표시합니다.
이용약관 및 게시판 운영 원칙에 맞지 않는 게시물은 게시자의 동의 없이 삭제되며, 또한 삭제 대상의 게시물을 계속해서 게시하는 사용자는 일정기간 혹은 영구적으로 게시판의 글쓰기가 제한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에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진달래산천 / 신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