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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LG백화점 붕괴사고...이럴수 있습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경기가 어려워 일이 없다며 한동안 풀 죽어 있으시던 아버지가,



오늘은 일거리가 있다며 전에 없이 밝은 얼굴로 나가셨던 아버지가,









머리는 터져 피가 철철 흐르고, 팔은 부러져 허연 뼈가 튀어 나오고,



철근에 눌려 닫힌 가슴은 뚫어서 관을 박은 채 돌아오셨습니다.









그렇게 딱 열이틀.









하루 종일 온 가족이 중환자실 앞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20분의 짧은 면회만을 기다리며



간신히 숨을 매달고 계시는 아버지가 깨어나길 기다렸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그저 지켜보는 일 밖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목 놓아 울며.



그렇게 아버지 곁을 지켰건만,









내 아버지는



오랫동안 지켜주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는 안타까운 탁한 숨 한번 크게 못 뱉으시고



결국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제 아버지는 사고당시 LG백화점 외벽타일교체 공사를 하던 일용직노동자였습니다.



하루 벌어서, 하루를 먹고 살며,



머리는 쓸 줄 몰라 내 몸을 연장 삼아,



그렇게 남한테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몸을 놀려 일한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던,



세상의 잣대로 보면 한없이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그런 존재였지만,









제게 있어 제 아버지는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내. 아버지 이셨습니다.



하늘 아래 어떤 자식이 아비의 억울한 죽음을 보며 그저 애통하다 눈물만 흘리겠습니까.









지난 4월 19일.



부천에 있는 LG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









방송을 보고 계시던 큰어머니의 연락을 받으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너희 아버지가 저기, 저 LG백화점으로 일하러 갔는데.. 아까도 전화가 왔었는데...



떨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저는 정신이 아득해 왔습니다.



두 방망이 치는 심장을 진정하며, 그래도 그래도 살아만 계시기를



이제 막 제대 했는데,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뎠는데,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해드린 게 없는데



제발 살아만 계시기를..















하지만.



병원에서 만난 아버지는 더 이상 살아있는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이 아쉬워서, 무엇이 억울해서, 열이틀이나 그 상태로 버티셨는지,



아버지의 눈과 입은 닫히셨지만 아버지의 약한 심장 박동은 이대로 죽어선 안된다,



이대로 가족들을 두고 갈 수 없다는 굳은 의지처럼 보였습니다.









비통하고 애통합니다.



아들인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아비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그저 눈물을 흘리며 엎드려 있어야만 합니까.









뜬 눈으로 밤을 보내며 열이틀을 기다린 가족 앞에



잔인하게 부서진 싸늘한 아버지의 시신이 놓여졌습니다.









“ 위험한일 하시지마시라고,



내가 얼른 졸업하고 취직자리 구해 아버지 호강 시켜드릴테니



그저 위험한 일은 하시지 마시라고...“









이 못난 아들은,



아버지가 인력사무소를 통해 자리를 구해 나가는 야간작업이 불법인지도,



LG건설의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공사를 하는지도,



또 그 업체가 보험도 들지 않은 부실업체인지도 몰랐습니다.



낮에는 백화점 영업에 지장이 있으니 밤에, 그것도 빠르게 공사를 진행시키면서



안전수칙에 관한 관리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무리한 공사였습니다.









현재 엘지의 안일한 태도와는 다르게



지금 검찰에서는 LG건설 현장소장과 공사과장등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혐의를 받고 구속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들의 혐의는 외벽타일 제거공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



인부들이 지상 10~20m 의 아찔한 높이에서 비계에 화강암 타일 (무게30kg)을 수십~ 수백개씩 쌓아놓는 바람에 비계가 붕괴,



작업중인 아버지를 포함 인부 20여명이 바닥에 추락해



아버지를 포함 4명을 사망케하고 14명을 다치게 한 혐의입니다.



말이 좋아 업무상 과실치사상이지 사람을 죽인 행위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끝내고 경쟁백화점과 맞서기위해 조급한 공사의 시도가



대참사를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까지 의식이 없으셨습니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그 아찔한 높이에서 추락하여 철근에 짓이겼던



고통만을 이 세상 마직막 기억으로 갖고 계십니다.





















이번 참사 역시 공사업체의 안전불감증 및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것이라고



사회에서 공인된 평가였습니다









이는 각종 공사시 분진 날림이나 건자재의 낙하방지를 목적으로설치한 비계에



물건을 쌓아놓아서는 안되는 안전조치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비계가



비계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조립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설치됐는지조차도



의문스런 상황입니다.









그리고 사고 직후,



각 방송과 언론에서 LG측의 조급증과 안전 불감증이 몰고 온 어처구니없는 인재라며



비난했으나, 이틀 뒤 북한 용천 참사로 이번 사건은 빠르게 잊혀져 버렸습니다.



한번쯤은 사고 후 뒷수습에 관한 언급이 있을 뻔한데 이상하리 만치 조용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아들을, 남편을 잃은 가족들이



싸늘한 아비의 주검 앞에서 목 놓아 울던 장례식 둘째 날



누군가가 장례식장을 찾아 왔습니다.









보상이며, 협상이며, 그런 거 저희는 모릅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사고대책위원회며 뭐며 세우는 모양이었습니다만,



우리는 그저 가장의 갑작스런 사고와 죽음 앞에 망연해 있을 뿐이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겠던 그들은 LG건설 측 사람들 이었고,



그들은 보상금을 제시했습니다.



자기들의 실수로 죽어간 목숨 앞에서 돈 얘기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의 영정 앞에서



눈물로 고개 숙여 사죄해야할 사람들이



신발 벗고 들어 와 머리를 조아리며 향불을 피우고



고인의 애통한 죽음을 애도하지는 못할망정



일용직노동자에게는 이정도도 과분하다는 식으로 대충 협상하자는 식이었습니다.















.



그 무시하는 행동과 태도에 저는 그만 눈이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달려가 멱살을 잡으려는 친척들을 말리면서



어머니는 주저앉아 우셨습니다.



다 필요 없으니 사람만 살려 내...









“얼마를 줄 건데. 내가 그 돈 줄 테니, 네 아버지 내놔.”









세상에 어떤 목숨이 돈 보다 귀하며



어떤 누구의 목숨이 제 아비의 목숨보다 귀합니까









지병이 악화될까 조심스러워 말조차 꺼내지 못해



아들이 죽고 나서야 그 소식을 전해 들으신 할머니께서는



넋이 나간 것 마냥 숨죽여 울고만 계십니다.









잘못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 들었으면 이렇게 가슴이 터지지 않을 것입니다.



돈 많고 많이 배운 당신들은 잘못을 비는 것 조차 배우지 못한 것입니까.



어디서 돈 다발 휘두르며 아비의 목숨을 흥정하는 걸 배운 것입니까.









지금, 아는 것 없는 일용직 노동자의 가족들은 그저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피해자 가족들과 접촉해 얼마간의 협상금을 제시하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주변을 점점 조여 오는 그들에게



아는 것 없는 무지한 노동자의 가족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LG백화점은 사과인사 하나 없이 짧은 휴무 후에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열이틀을 병원에 계시는 동안 LG건설이나 LG백화점의 어떠한 사죄도 받지 못하고



아버지께서는 억울한 눈을 감으셔야 했습니다.









저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저들의 행동과



불법 공사로 무고한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 모두를



돈 몇 푼에 대충 때우려는 자들.









저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