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자 중 한 사람으로서 우리 국민들에게 올바른 지식이 전달되어야한다고 생각되어 간단히 적는다.
대부분의 휴대폰 전자파 논란과 마찬가지로 이번 고속철 자기장 보도도 부풀려진 듯 하다. (아직도 휴대폰 전자파가 유해하다고 단정적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는 확실한 사실이 아니다.)
자연상태의 자기장인 지구 자기장의 경우 500-1000 mG(직류)이다.
고속철의 경우 60Hz 교류이긴 하나, 절대치는 이 보다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것도 객차와 객차 사이에서 측정한 수치가 크게 나왔을 뿐 객차내에서의 수치는 이보다 더욱 낮다. 마치 벼락을 맞아도 차안에 있으면 아무렇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주파수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긴 한데, 60Hz는 자기장의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직류에 가까우며, 통상 문제가 되는 것은 1GHz근처의 전자기파다. 즉 60Hz보다 2천만배정도 높은 주파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전자공학 전문가 모임인 IEEE에서도 휴대폰 전자파 노출 문제를 비롯해서 전자기파, 혹은 자장과 전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수십차례 조사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연구집단에 의해 수행된 연구결과, 영향이 없다는 결과가 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영향이 있다는 결과가 소수 있었다.
관심이 가는 것은 이 '소수의견'인데, 대부분 통계적인 처리 결과라 신빙성이 유보되었다. 즉 '고압선 주변 목장 소들의 임신률이 2배 낮아졌다' 같은 것들인데, 조사 대상 목장 중에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또다른 경우는 '정상치보다 수백배이상 강한 전자파를 쏘인 쥐에 대한 실험'처럼 극단적인 경우다. 이 경우 생리적 이상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도 전자파가 제거되면 다시 정상을 찾았다.
상대적으로 전자파는 X-선이나 방사능처럼 심각한 '누적작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전자파의 주파수가 높아지면 일상적인 빛이 된다. 즉 빛의 열작용, 화학작용처럼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자연환경이 곧 전자파 환경과 유사한 것이다. 태양 빛(100mW/cm^2)은 사실 매우 강력한 전자파 에너지다. 최신의 휴대폰이 약 200mW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노출면적을 10cm x 10cm로 보면 2mW/cm^2가 된다. 태양광의 약 1/50수준인 것이다.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GHz 대역의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강력한 전자기장 속에 사람이 장기간 노출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하나 하나가 해외토픽에 나올 정도인 것을 보면 이게 왜 아직도 미해결과제인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자파가 무해하다는 연구결과는 토픽감이 안 되므로 거의 안 나오고, 문제가 된다는 연구결과만 반복적으로 보도되다보면 이 문제에 대한 '건전하고도 공정한 접근'이 왜곡된다. 이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본인은 과거에 통신분야 실무근무 및 전자파 분야의 연구개발, 대학/대학원 강의를 20여년 수행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다각도로 검토할 기회가 있었고, 지금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개인적인 결론은 이렇다.
현재 국제 기준 및 한국의 표준으로 채택되고 있는 전자기파 기준은 신뢰할 만 하며,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TV, 모니터, 전자레인지, 전화, 휴대폰, 자동차, 전철 등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전자파나 수맥을 차단해준다면서 비싸게 팔리는 장판지, 벽면지나 전자파 흡수 장치 등은 소비자를 현혹하고 혹세우민하는 것이다.
전자파는 '보이지 않는 빛'일 뿐이다. 그것도 자외선이 피부암 등을 일으키는 것과는 달리, 열작용 정도나 있는 적외선보다도 수천배 이상 약한 주파수대의 것이다.
아직 모든 것이 안전하다고 확증된 것은 없지만, 나 자신은 우리 가족과 함께 고속철을 탈 것이고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할 것이다. 왜냐면 이는 10분간 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