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신기남·문성근 17대 총선관련 ‘채팅’ 회의
동아일보 2004/04/14 15:50
열린우리당 신기남 선대본부장 등 친노무현대통령 인사들이 13일 밤 인터넷사이트 서프라이즈(http://www.seoprise.com/)에서 채팅을 통해 17대 총선 관련 공개 회의를 열었다.
열린우리당의 선거 전략 회의를 방불케 하는 이날 채팅은 6만여명의 네티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신 본부장과 유시민 의원, 노사모 논객 김동렬씨, 그리고 최근 ‘분당 발언’의 책임을 지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문성근 전 국참본부장이 참여해 갖가지 발언을 쏟아냈다.
▽“노인발언 제물로 PK지역주의 악령 살아나”▽
이들은 먼저 선거막판까지 탄핵 바람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며 총선전략 부재를 문제 삼았다.
유시민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때문에 경각심이 잦아들어 표가 좌우로 분산된 것”이라며 “중도보수인 지도부가 오른쪽을 붙들고 중도진보인 저같은 당원들이 왼쪽을 붙들었어야 하는데 대세론에 안주해 대응 타이밍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신기남 본부장은 “지도부의 실수가 있었지만 근본원인은 지역주의탓”이라며 “대구에서 시작된 지역주의 ‘악령의 부활’이 소위 (정동영 의장의)실언을 제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부산·경남에서 열린우리당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는 문성근씨는 “냉정하게 지역주의는 있었고, 서청원 석방과 탄핵 때문에 지지의사를 밝히지 못했던 사람들이 실언을 빌미로 결집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는 손녀가 없는 게 다행?”▽
회의 자체가 인터넷 채팅의 형식을 빌었기 때문인지 '문제성 발언'도 거침없이 오갔다.
유시민 의원은 “민노당 지지도가 어마어마해 다시 돌려놓지 않으면 위험하다. 민주노동당은 협상이 불가능한 정당으로 보아야 맞다”고 진단하면서 “그래도 '민노당을 찍으면 사표’라는 내 폭탄 발언의 확산 속도가 무척 빠르다. 논란이 된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신기남 본부장은 최근 불고 있는 ‘박풍’의 위력을 말하다가 “누가 한 말인데, 박정희씨에게 손녀가 없는 게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신 본부장이 “이번 선거때 중앙당을 지키고 있으면서 어느 신문 인터뷰 거절하는 일이 아주 큰 일중 하나”였다고 말하자 문성근씨가 “70년대 정보부 땜에 정신적 압박을 받았는데 요즘은 언론권력 때문에 (압박을) 받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서프라이즈에서 선동문구 만들어달라”▽
이들은 막판 열린우리당 지지율 제고 전략에 대해서도 잇단 제안을 내 놓았다.
유시민 의원은 “민노당 지지자들에게는 후보표만이라도 3번에 던지라고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당연히 정당표도 우리당에 주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될것”이라며 “사실 민노당 의석수에는 영향이 없으니까 후보표를 3번에 던져도 손해날 것 없다. 후보는 3번, 정당은 12번이라는 3.12 구호 대신 아예 후보도 정당도 열린우리당을 찍어달라는 3.3운동도 좋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차떼기가 일등, 탄핵3당이 과반수, 이게 핵심 메시지다. 그럴 위험이 높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대통령 하야, 정쟁국회 부활, 지역주의 정치 지속 등 그 다음 레파토리는 다들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성근씨는 “전화부대를 당장 모집하고 중앙당에서 전화번호부를 보내 집이나 직장에서 (지지 호소) 작업을 하게 하자”며 “한민당이 과반이면 탄핵안이 수용될 수 있다는 걸 널리 알릴수 있도록 서프라이즈에서 짧고 선동적인 표준 문안으로 만들어 달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네티즌 논객 김동렬씨는 “인터넷의 전파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않는다. 프레시안은 노골적인 냉소이고 오마이뉴스만 분투 중이라 대오가 무너진 느낌”이라며 “입소문 밖에 방법이 없다. 100통씩 전화하기, 가족간 대화하기,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장관의 한 말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서대표 “이벤트일뿐 확대해석 말라”▽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는 이번 채팅과 관련“얼마전 한 벤처 회사가 이같은 형태의 채팅행사를 제안해 왔고 나도 꽤 재미 있을 것 같아 시도해 봤다”며 공당의 전략회의라기보다 ‘이벤트’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채팅 후 네티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이런 행사를 가질까 생각중”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방문객 5만명 정도를 예상하고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로 예정됐던 이날 토론회는 실시간 관전자가 7만명 가까이나 몰리면서 막판에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http://www.donga.com/fbin/output?f=todaynews&code=a__&n=200404140178&main=1
▶ 서프라이즈 대화록 원문(1)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404140390
▶ 서프라이즈 대화록 원문(2)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404140391
▶ 서프라이즈 대화록 원문(3)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404140392
▶ 네티즌 김동렬씨가 정리한 서프라이즈 대화록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404140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