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원을 그렇게 안 봤는데 오늘 kbs 심야토론에서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먼저, 토론 패널로 자리했으면 토론자와 눈을 맞추며 토론하는 것이 예의인데 반해 시종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했다. 굳이, 김근태 의원의 과거를 따지지 않더라도, 정확히 따질 필요도 없겠지만, 어제 토론의 결과는 삼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1. 과거 인식의 부재.
박세일 선대위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 부분에 대한 토론에서 박세일씨는 "역사를 단면만 보지 말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자. 경제발전의 功은 제대로 평가해야 하지 않겠느냐?" 는 식의 주장에 김근태 의원은 "그건 그 때 당시의 농민, 상인, 기업인등 모두의 작품이었지 박정희 개인만의 功은 아니다" 라는 식으로 답했다.
그런데, 탄핵에 관해 토론을 할 때 김근태 의원은 사뭇 경제에 대해 다른인식을 피력했다. "경제 물론 잘 되어야 한다. 정치가 잘 못 된다 하더라도 경제는 잘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가 잘 되지 않으면 경제가 잘 될 수 없다. 정치가 안정 되고..." 그렇다면, 박정희 경제 개발에 대한 功은 대강 박정희의 정치력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라고 해도 무방한 것인가?
아니면, 그 때와 지금은 다른 상황이라 각각 다른 설정을 하는 것인가? 도대체, 시청자에게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떻게 이해하라고 하는 건지 각각 다른 김근태 의원 주장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리둥절하다.
2. 법을 초월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세.
민주당 손봉숙 위원장이 "열린당은 헌재에서 탄핵이 가결되면 그대로 수용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에 김근태 의원은 "절대, 그런 일은 있지도 않을 것 이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재차, 반복 되는 질문에 "국민의 80%가 탄핵철회를 원하고 있고, 표결 당시에 70%가 반대했다. 동의할 수 없다"는 뜻으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법은 국민이 원할 때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대단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이미, 탄핵은 국회의 손을 떠나 헌법재판소에 넘어간 상황이니 만큼 충분한 검토를 통해 헌재는 판단을 할 것이고, 국민과 정치인, 그리고 대통령까지도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수용하면 그 뿐이다.
만일,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을 가결한다면 사회에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사뭇 긴장된다. 혹시라도, 이런 생각을 가지게끔 하여 투표와 헌재에 압력을 가하는 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싶다.
또한, 탄핵이 가결되지 않음을 확신한다면 얼마든지 국민을 안정시키기 위해 헌재의 판단을 적극 수용할 것이며 차후에도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란 입장을 표명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진다.
3. 탄핵에 대한 시각.
김근태 의원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사건을 설명할 때마다, '의회쿠데타'니 '폭거'니 하는 섬짓한 용어들을 계속 사용했다. 말은 만들어서 적용시키는게 아니라, 있는 말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표현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 '예'를 들기도 하고 '비유'도 한다.
일단, '의회쿠데타'는 어느 한 편이 규정한다고 해서 옳게 인식되어질 단어 조합이 아니다. 국민의 선택->국회의원->의회->의회쿠데타 결국 뿌리를 들추면 국민에 의한 '쿠데타'가 된다. 일단, 쿠데타라 하면 '정권찬탈'의 목적성이 있어야 하고, 기습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탄핵 발의과정에서 부터 표결까지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여,야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한 수단을 강구했었던 측면을 살펴볼 때, 이는 결코, 쿠데타의 성격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행위였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
4. 국민의 뜻이 모두다 '법'을 어길 수 있는 잣대는 아니다.
김근태 의원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탄핵은 부당한 것이고, 민주주의는 참여와 개입이다라고 했다. 맞다. 그래서 국민은 투표를 해 민주주의에 참여를 하고, 선거에서 '선택'을 해 개입을 한다.
김근태 의원의 논리대로 한다면, 결코 '투표'는 필요없는 하나의 절차요, 시간과 비용의 낭비만 초래하는 소비적인 '과정'의 하나일 뿐이란 얘기가 된다. 여론조사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을 뽑으면 된다. 정말, 이것이 참여와 개입이라 생각하면 그것이 더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도 느끼는 바와 같이 여론조사란 것은 그 때 그 때의 사안에 맞춰,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고 지속적인 사고의 표출이기 보다는 일시적인 감정의 표출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탄핵의 폭풍이 잦아들면서 여론조사 추이도 변하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열린우리당에서 터져나오는 '위기론'이다.
굳이, 여론조사가 민주주의의 참여와 개입에 있어서 절대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탄핵안 발의 및 가결, 그리고 헌재의 판단은 불필요 했다. 대통령 지지도를 보면 1년 내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여론은 고작해야 20%대였다. 나머지가 부정적이거나,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측면을 고려할 때 얼마든지 여론조사를 통해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순간의 감정 표출로 인한 법률 경시 풍조는 당연히 있어서는 안될 위험한 판단이요, 그 자체로도 입법기관이라 하는 국회의원이 가질수 있는 의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잘 수행해 나가고 또 앞으로도 잘 수행해 나갈 자랑스러운 민주국가이다. 이미, 민주화의 기틀을 이루고 꽃을 피워나가고 있는 작금의 판국에 다시금 '민주화'를 반복 언급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고 있는 판단이라 생각한다.
어느 국가나 그렇지만, 역사는 밝은 곳, 어두운 곳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간의 수레바퀴다. 구태여 밝은 곳만 찾아 치장을 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곳만 찾아 들추어 내어 정쟁의 도구로 삼아야 할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이제,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함께 전진해서 가야 할 미래는 어두운 과거가 아닌 밝은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하자. 그것이 타협이고, 그것이 국가와 민족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