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국의 철학 교수 92명이 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으로 시국 선언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중도 보수를 표방해왔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 되어
있으며,
'영호남 대학 교수들의 뜨거운 지지와
대구 부산 지역 교수들의 '과 차원' 집단 참여로
순식간에 의견을 모았다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들의 요지는,
탄핵 세력이 어떤 참회의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물과 절로써 그리고 독재자의 미소까지 불러내
구차한 정치생명을 부지하고 지역 구도를 부활시키는
위선과 자기 기만에 국민이 현혹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교수는 자신은 보수적인 학자라며,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지금은 더 나은 민주주의로
진보하느냐 퇴보하느냐 갈림길에 와 있는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100&no=162161&rel_no=1&index=1
다음은 시국 선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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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수구·지역주의 정당을 심판하자!
드디어 17대 총선의 날이 목전에 박두하였다. 3·12 의회폭거에 경악했던 우리는 이 심판의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리고 냉전과 분단의 체제가 혹여 없어질까, 민족의 화해와 시민의 참여를 조금이라도 입에 올리면 색깔공세를 퍼붓고, 삼남의 유권자들을 볼모로 오직 자기네 당의 부패비리 의원들을 감싸기에 급급했던 저 수구·지역주의 정당들 역시 3·12 의회 폭거를 감행하면서 또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렸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국민의 뜻이야 어떻든 대통령 하나만 갈아 치우면 이번 총선에서 모든 것이 잘 될 것으로 낙관했던 저 오만한 탄핵·수구·지역주의 정당들이 매일 전국을 뒤덮는 촛불 축제에서 가위눌려 철저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는 지난 보름동안 그네들이 선거 운동 기간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통해 앞으로 국민의 여망에 맡게 이 나라의 국가정치를 책임질 새 정당으로 거듭 날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시종일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지난 3월 12일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데서나 무단으로 절판, 눈물판을 벌이는 이미지 정치로 시종해 왔다. 그네들은 눈물의 절만 하고 그 어떤 참회의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우리 국민들을 말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 말도 듣지 말고 그들의 절에 감동만 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이 이미 사반세기 전에 이 땅에서 떠나보낸 독재자의 유령을 불러내어 우리 서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현재의 고달픔을 마치 그 유령의 힘으로 이겨낼 것처럼 정치적 사기 행각을 벌리는 것에 경악했다.
자신들의 의회폭거를 합헌적 절차에 따른 민주적 거사라고 만세 불렀던 이네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짓밟았던 독재자의 미소까지 불러내 구차한 정치생명을 부지하려는 그 무분별한 권력 기회주의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노동자나 농민, 서민 복지 얘기만 꺼내도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이던 저들이 독재자의 영정을 들고 맨먼저 표를 구걸하러 찾아간 곳이 영세민촌이었다. 이들의 정치적 위선과 자기기만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참담하게도 이들의 달콤한 언사와 겉치레 참회행각에 넘어간 유권자들의 수가 위협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의회폭거를 감행한 100여명의 잔당들이 여전히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직을 목표로 약진하면서 또 다시 대한민국 국회를 점거할 수도 있는 불길한 조짐에 우리는 전율한다. 비극의 역사는 또 되풀이 되는가.
이번엔 이들이 몸소 방송사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언론 관계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수구언론의 기를 돋울 것이며 문서 하나로 방송사를 제압할 것이다. 이들의 의회폭거를 결정적으로 좌절시킨 촛불 시위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도록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저 독재자가 단행했던 긴급조치 수준으로 가다듬어질 것이다. 시민의 공론장인 인터넷은 가혹한 실명제로 그 자유의 기풍이 질식당할 것이다. 아니 그들이 찾아다니며 표를 구걸했던 서민 동네들은 무자비하게 재개발당하면서 자본의 이익과 권력의 개발주의에 맨먼저 넘겨질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탄핵·수구·지역주의 정당들이 마치 자기들은 탄핵 같은 것은 하지도 않았다는 몸짓으로 다시 용틀임치는 모습을 본다. 무엇보다 공포스러운 것은, 이들이 눈물과 애교를 앞세워 다시 의회를 점거하여 결국 탄핵을 성공시킬 경우, 우리는 2004년 내내 새 대통령을 뽑느라 우리의 국력과 정신력을 소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는 전국을 뒤덮은 촛불 축제에서 다가오는 4월 15일 평화적으로 심판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위기를 넘겼고 살아갈 의욕을 되찾았었다. 우리의 성숙한 자세가 아니었다면 분에 못이긴 순결한 생명들이 자신을 학대하다 목숨까지 끊는 사태가 속출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는 평생을 철학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 왔던 우리의 학문적 양식을 걸고, 아니 무엇보다 동시대를 이 땅에서 같이 사는 동료 시민으로서 주권자 국민들에 호소한다.
주권자 국민은 대통령과 의회 권력 모두의 원천이 되는 모태 권력이다. 이 두 헌법기관에 대한 궁극적 심판자로서 우리 국민 모두 4월 15일 탄핵·수구·지역주의 정당을 심판하여 그들의 부활을, 그들의 번식을 철저하게 봉쇄하자.
국민을 외면한 정당간의 파쟁에 또다시 우리 삶을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자유와 우리의 민주주의는 헌정위기를 넘긴 우리 손으로 개척할 것임을 안팎에 천명하자. 우리 손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 우리 손으로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 말자.
민주대한 만세! 자유와 번영의 우리 미래 만세!
탄핵·수구·지역주의 정당의 심판을 호소하는 전국 철학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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