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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정치에서 "견제"의 참 뜻아란?



"거여견제론"의 허를 벗긴다

[주장] 웬 독재시대의 망령?



조기숙(choks00) 기자







과거 독재시대 때 많이 들어본 구호가 요즘 다시 뜨고 있다. "거여견제론"이 그것이





다. 독재시대에 거대여당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는 국민들은 "거여" 소리만 들어도 거





부감을 갖는다. 그래서 "거여 견제론"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사실





이다.



하지만 미국, 영국, 스웨덴과 같은 서구 민주주의의 경우는 물론이고 전후 일본과 우





리나라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도 거대 여당일 때 국가의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왜일까.



정당이란 어느 나라에서나 당리당략으로 싸우기 마련이다. 여야 힘의 균형이 비슷하





면 서로 기싸움 하느라 어떤 정책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민이 한 쪽에





힘을 실어줄 때 정책의 성과를 확실하게 얻게 돼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다.



국민은 언제 한 쪽에 힘을 실어주었는가. 집권당이 커다란 정책적 실패를 했을 때이





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기업위주 정책이 실패하여 대공황을 초래했을 때 민주당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 민주당은 하원의석의 2/3, 상원의석의 4/5





이상을 점했다. 거대여당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 100일간 개혁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을 수렁에서 구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영국의 노동당이 IMF사태를 초래했을 때 영국의 대처수상이 영국병을 치료할 수 있





게 된 것도 국민들이 70% 이상의 의석을 보수당에 밀어주었기에 가능했다. 스웨덴의





경우도 대공항 이후 집권한 사민당이 40여 년간 일당우위를 누리며 비약적인 경제 성





장을 이루며 복지국가의 기틀을 닦았다.



이들 나라에서 누구도 일당 독재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민주국가의 정당에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외부 견제세력이 없이도 내부에서 이념적 분파끼





리 서로 견제하는 자체 정화기제가 작동한다.



우리가 "거여"를 두려워했던 이유는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철저히 무시되는 독재시대





에 살았기 때문이다. 언론도 숨죽이고 있던 시절 야당의원은 인권침해 사례를 폭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때문에 독재자가 의도적으로 야당을 키우기도 했다. 야당의 존재는 독재를 합리화





시켜주는 액세서리의 역할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총재시절





노태우 전대통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로부터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추론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민주사회에서 액세서리로서의 야당의 존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민





주주의에서 견제란 여야의 힘이 비슷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공정한 선거를 정기적으로 치르는 데에 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현정부를 심판함으로써 다른 정당으로 갈아치울 기회가 존재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선거에서 수권정당이 될 만한 대안의 정당이 존재하고 또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면 견제와 균형이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책임성에 있다. 정권을 잡은 정당이 자신의 정책을 실시해 보





고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을 받는 것이다. 국정에 한 번 실패한 정당을 심판하지 않





고 견제세력으로 키워둔다면 철저한 반성과 재탄생은 불가능하다. 영국에서 보수화





된 노동당이 "제3의 길"을 내세우며 다시 집권할 수 있게 된 것도 처절한 실패를 맛보





았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전통 여당은 지난 40년간 한국 근대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정경





유착을 통한 개발독재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가 IMF사태로 나타난 것이다.





경제위기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극복했어야 했다.



공화당의 실패를 민주당이 해결하고, 노동당의 실패를 보수당이 해결했듯이. 그러나





DJ정부는 성공적으로 국가부도사태는 극복했지만 야당과 언론에 발목이 잡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는 못했다.



경제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이 반성은커녕 부정적 유산을 물려받은 현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탄핵까지 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해 놓고 참회하지 않는 야당을 "거여견





제"란 명목으로 키워 놓는다면 국가경제는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수준으로 파탄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공공연하게 "국민소득이 5천불로 추락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찾아와





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가 망해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은 야





당의 역할이 발목잡기인 줄로 알고 있다. 야당이 대안을 제시하는 견제세력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단호한 심판이 가장 좋은 약이다. 그래야 야당도 환골탈태 해서 새





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뜨거운 것을 만질 때 적당히 타이르면 또 만지게 돼 있다. 다음에는 대범해져





더 큰 사고를 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자리에서 만진 손을 따끔하게 때려





줘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정당이나 의원은 철저하게 표로 심판하자. 그것이





대의민주정치에서 "견제"의 참 뜻이다.





이 글은 www.chamunmo.org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