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희의 민심기행(8) 대구광역시
4월8일 이른아침 여섯시쯤 지나서 대구시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대구 칠성 시장을 찾았다. 불을 지피고 있는 사람들 곁으로 가보았다. 일감을 찾아나선 일용직 일꾼들의 노상 인력시장이었다.50대로 보이는 여성 대여섯명 하고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장작불을 쬐고 있었다.선거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대통령 탄핵 얘기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50 대 아주머니들 중에 한분이 탄핵은 잘됐다고 했다. 아버지가 잘못하면 아들이 왜 그러느냐고 할수 있다고 했다. 그 50 대 여성은 '잘하면 여자대통령 하나 나오게 생겼다고 했다. '60대의 남성은 아버지가(노무현) 잘못했다고 아들(국회) 이 아버지를 쫓아내면 말이 되느냐고 흥분하며 아버지보다 못한 아들이 아버지를 쫓아내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했다.
언쟁이 계속되자 주변 상인들이 와서 말렸다. 잠시후 그 60대 남성과 대화를 나눴다. 자기는 평생을 일용직으로 일해왔다고 한다. 무식하다고 했다. 그래도 제대로 일도 시켜보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국회의원들 보다는 세상을 바로보고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해 왔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쪽보다 더해먹은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탄핵시킨 국회를 보고 촛불시위할때 늙었지만 일주일 동안 쫓아다녔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믿고 4년 동안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대표의 등장에 대해서도 아버지의 이름덕을 보고있다고 했다.그 60대 남성은 66세의 김경진씨였다.
칠성시장을 둘러보다 잡화상을 하는 46세의 (남) 김모씨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투표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꼭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인물보고 찍겠다고 했다.탄핵얘기를 꺼내자 노대통령이 잘한건 없지만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 명분도 없는 탄핵은 크게 잘못 됐다고 했다.그는 탄핵과 정동영 발언을 투표할때 참고 한다고 했다.그리고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그는 정치가 맑아 진다면 고통은 참아야
한다고 했다.최근 대구경북지역에 불고 있다는 박근혜 바람에 대해서는 이번 투표에 조금은 영향을 끼칠것 이라고 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바로 이웃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47세(남)의 송모씨가 생수를 한병 사러왔다가 우리들 대화에 끼어들었다. 투표는 뭐하러 합니까 라고 정치에 대해 먼저 불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트럭에다 돈다발 싣고 다니는 정치는 이제 보기 역겹다고 했다. 그는 탄핵에 대해서도 매우 잘못 됐다고 비판했다. 이곳 시장의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책 얘기가 나오기 전에 탄핵얘기가 먼저 쟁점이 되곤 한다.탄핵의 후폭풍이 대구 경북의 민심동향과는 또다른 의미로 국민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시장의 밑바닥민심을 통해서 발견할수 있었다.
송씨는 탄핵으로 경기가 더 안좋아 졌다고 주장하며 그러나 불법 대선자금은 끝까지 파헤쳐서 밝혀야 한다고 했다. 노대통령이 자신의 허물까지 털어내고 있는 것은 볼만한 구경꺼리라고 하며 잘하고 있다고 했다. 송씨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치에 대해서 말하기를 최병렬 씨가 노무현 대통령 보다 잘못한게 더많은데 대통령을 끌어내린것은 잘못이라고 했다.이어서 송씨는 국회의원들이 우리들 시장 바닥을 제집 드나들듯이 해야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고 했다.몸으로 부딪히고 발로 뛰는 정치를 통해 국민들속에 들어와 가까워지는 정치를 해야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세번을 밀어줬으나 칠성시장를 새롭게 활성화 시켜준다는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전임정권의 비리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관대하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송씨는 이어서 지역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대구경북의 60~70 대하고 40 대이하 젊은 층들하고 다르다고 했다. 박근혜의 등장도 세대별로 다르다고 했다.칠성시장을 떠나 대구시 산격동에 있는 약국에 약사 39세(여) 이모씨와 대화를 나눴다.정치는 잘모르지만 투표는 꼭하겠다고 했다. 인물과 정당을 같이 보고 선택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국회의 탄핵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었다. 국회가 어떤 가치있는 정책이나 정치적으로 심각한 화두가 될만한 근거를 가지고 대통령을 탄핵했다면 이해하겠으나 이번 탄핵은 일반 국민들 상식으로도 이해할수 없는 소모적 정쟁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하고 투표할때 탄핵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곁들일 것이라고 했다.
약사 이모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1년에 대해서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알수 없다고 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대해서는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정동영씨의 발언에 대해서는 잘못됐다. 그러나 투표에 반영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박근혜대표의 등장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정략적 이익때문에 갑자기 등장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60~70 대와 자신들과 같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했다. 이미지 정치때문으로 박근혜대표의 등장을 바라보았다. 약사 이모씨는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있을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자명단발표에 대해서도 좋게 본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의 민심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대구민심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선거를 통해 변화의 열매를 따먹으려는 것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지역 민심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는 것 보다 더 오래걸릴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의 싹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우리모두 키워나가야 한다고 본다. 분명히 민심의 변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서서히 그러나 꾸준하게 진행될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민심의 변화흐름을 역류시키려는 퇴행적 정치인의 퇴출도 동시에 진행돼야한다.대구시내의 총선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