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희의 민심기행 (2) 춘천
오후 4시가 넘어 철원에서 김화를 거쳐 춘천으로 향했다.춘천시 신복면 오타 2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68세의 박재호 할아버지와 총선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박재호 할아버지는 2000평 밭(콩 . 팥) 농사도 같이 짓는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슈퍼아래 계곡에 흐르는 물처럼 술술 나왔다.뇌물없는 정치를 바란다고 했다. 투표는 꼭 하겠다고 하면서 당을 보고 찍는다고 했다.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당을 보고 찍겠다고 했다. 전두환때부터 내리 해먹은 묵은 사람들은 이제 안된다고 했다. 새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하면서 그들이 힘을 써야 한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같이 해먹고 이 어려운 판에 탄핵을 하는것은 복잡해지기만 하고 잘못됐 다고 나무랐다.
노무현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1/10 발언은 잘못됐다고 나무랐다. 그러나 대통령을 바꾼다면 다시 일을 치루는 돈이 많이 들어 그대로 하게 해야한다고 했다.국민들이 힘든데 탄핵으로 촛불켜는 집회 비용도 낭비라고 했다.박재호 할아버지는 혼자말처럼 '지난번 까지는 한나라당이었지... 라고 말끝을 흐렸다.산골에 사는 60대 후반의 할아버지 유권자 표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목격할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밭농사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내년부터는 밭에 나무를 심어야 할까봐... 라고 말끝을 흐렸다. 수입농산물도 들어오고 이제 힘들어 밭농사도 짓기 힘들다 하셨다. 동네에는 60대가 대부분 이라고 했다. 젊은이들 농사 지어서 자녀들 교육 시키기 힘들다고 했다. 정부 보조금도 주로 평야지대에 먼저 배당되는것으로 얘기했다.밭농사 짓는 사람들은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박재호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고 막 일어 서려니까 뜬금없는 할아버지의 얘기가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사극을 즐겨보는데 거기에 나오는 암행어사들을 우리나라 정치에 몰래 내보내 뇌물먹은 사람들 잡아들이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하셨다. 선관위 직원들 완장차고 다니며 큰 뇌물먹은 사람들 놓치고 다닌다고 했다. 이번선거를 앞두고 부패정치 청산을 탄핵보다 크게 보고 있다고 했다.할아버지의 표심을 흔들어 놓은 것이 부패한 정치였다. 할아버지와 대화를 마치고 춘천쪽으로 향하다 보니까 사북면 표지판을 조금지나 노란 산수유가 곱게 피어 있었고 맞은편으로 호반이 시야에 들어왔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 들어왔음을 실감했다. 조금전 대화를 나눈 박재호 할아버지가 꿈꾸는 정치도 저 호반의 잔잔하고 맑고 투명한 물결처럼 깨끗한 정치를 지향하는 하는것은 아닌지?
춘천시내로 들어왔다. 저녁 7시가 좀 넘어 춘천시 요선동에 있는 표구사에 들렀다.표구사를 운영하고 있는 48세(남)의 김호정씨를 만났다. 정치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번선거에 투표할것인가 라고 묻자 꼭한다고 했다. 투표할때의 선택기준은 정당 이라고 했다. 얼마전에 중산층 까지 아우르는 진보세력쪽에 있다고 얘기했다. 이유를 묻자 김씨는 기존의 정치가 다른 선진국가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선택과 비교해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상적 자유를 비롯한 다양한 이념을 포용할수 있는 세력이 극우와 수구정당중에는 없기 때문에 진보세력을 선택해 그 세력이 제도정치권에 진입하게 되면 한국정치가 올바른 길로 들어설수 있는 계기가 돼 그런 선택을 하게됐다고 주장했다.앞으로 한국정치에도 녹색정당같은 대안정당이 등장해야한다고 했다.
진보세력의 의석수가 전국적으로 적게 나온다고해도 국민들에게 진보세력에 대한 거부감을 회석시키고 한국정치에서 진보세력에 대한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줄수 있다면 자신이 선택한 진보세력의 후보가 총선에서 낙선 한다해도 만족 한다고 했다.자신이 인물보다 정당투표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이땅의 민주화가 암울한 독재체제속에서도 이만큼 진전된 것은 진보적인 학자 양심적인 민주화 투쟁인사들 그리고 양심적 언론인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크게 작용 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노력이 이제 우리사회의 중산층으로까지 진보세력의 범위를 확대하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서 지역신문의 수구적인 논조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정치 기사나 총선관련 기사는 수구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비판했다.김호정씨는 진보세력에 대한 비판적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문제에만 치중하는듯한 행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박탈감을 증폭시키고 한편으로 진보세력 밖에서 바라보는 국민들이 진보세력의 활동영역에 대한 한계를 절감하게 돼 진보세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포용력을 어느정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일반국민들의 진보세력에 대한 관심을 촉발 시키는 바로미터가 될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호정씨는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전국적으로 범개혁적인 세력이 총선국면에서 절대적 열세를 면치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진보세력 보다 열세를 면치 못하는 개혁세력을 선택하겠다고 여유있는 정치적 선택의 의미를 부연해 줬다. 유익하고 의미있는 대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