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전 외국어 고등학교 7기-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얼마전 대전시 교육감이 대전시내 학부모님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는 외고이전에 관한 재학생들의 입장을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이미 2년전-2001년 4월 제가 1학년 이였을때 이문제가 불거져 나왔었습니다. 그때도 우리 재학생과 학부모님들께서 적극적으로 반대 투쟁을 했었고, 그 안건에 대해서는 유보시킴과 함께 여론을 수렴해서 재결정을 내리기로 약속을 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에서는 비밀리에 그 안건을 진행시켜 왔습니다. 교육청에서 처음 외고 이전의 당위성으로 주장한 전민동에 인문계고가 필요함은, 얼마전 대전시에서 전민동에 인문계고 신설 예산으로 15억원을 지원했으나, 의도적으로 이를 거절했음이 알려지면서, 그 주장은 핑계일 뿐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여론을 수렴하겠다던 교육청이 어째서 설문조사 결과 재학생98% 학부모95%가 이전반대라는 자명한 통계를 두고도 "대전시 교육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말을 바꾸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여론이라는 것입니까? 학교의 주체는 학생들이고, 이전의 주체도 학생들입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의사가 존중되어야할 학생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이 따라주길 바란다는 것은 누가봐도 억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교육청에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학교이전, 통폐합관련 사항은 전국 교직원 조합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 절차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이전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2년전 우리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학교를 지킨줄 알았는데 안에서는 밀실행정으로 이전문제를 진행시키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소위 민주사회라는 곳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싶습니다.
우리 재학생들이 분개할수 밖에 없는 이유는 외고 이전시 학교 명칭에 관한 문제입니다. 교육청에 내동 부지를 기증한 그 개인의 호를 따서 "서붕외고"로 개칭한다는 얘기가 2년전에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분명 법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에는 분명히 철회하겠다던 그 안건을 다시 얼마전 "개칭 가능성은 50대50"이라며 뒤집었습니다. 재학생인 저희로서는 모교를 잃는 셈입니다. 저희 학생들이 졸업을 한후,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모교라며 찾아갈 곳도 없고, 찾아갈 이름도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적 감정을 배재한 다음에도우리가 이토록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더 있습니다.
교육청이 제시하는 "외고이전이 불가피한"이유는 첫째, 7차 교육과정에 따라 교실수가 절대부족하다. 둘째, 현외고에는 식당,체육관,강당 이 필요한데 지을땅이 없다. 셋째, 이전부지가 현 전민동 부지보다 넓고 7차교육과정에 맞는 최신시설을 갖출것이다. 로 요약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첫째, 교실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재학생들은 이해조차 할수 없습니다. 재학생들이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쓸데가 없어 남아도는 교실이 학생들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인데 교실수가 부족하다니요. "7차교육과정에 따르면"이라니요. 벌써 7차교육과정에 들어간지 두해째입니다. 그리고 우리학교는 타 중고등학교에서 각종 외국어 경시대회 예선 본선 치르는 일도 있는데 지금 교실수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우리가 수업받는 동시에 시험을 볼수 있는 장소가 나온단 말입니까. 그러나 전혀 불편없이 모두 시험을 치르고 돌아갑니다.
둘째, 현 외고에는 식당, 체육관, 강당을 지을 땅이 없어서 우리는 옮겨야 한다고, 그런데 새로 들어설 인문계고-문지고 에는 식당,체육관,강당을 증축하여 개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땅과 이땅은 다른 땅입니까? 우리가 이전하면 갑자기 그 땅이 넓어집니까?
셋째, 내동부지는 사실상 교사 면적은 4,000평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 외고부지는 7,000평이 조금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축중인 서붕고에는 교실수가 많다고 하지만 설계도상 교실길이가 현 외고 교실 길이보다 60cm가 짧고 기타 학습실 크기도 아주 작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렇다할 대책도 없이 무조건 넓다고 얘기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또한 내동부지의 운동장은 학교설립 최소요건만 갖추고 있고, 그나마도 주차장이 부족하므로 운동장 일부를 주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어 사실상 운동장 면적이 터무니 없이 작아지게 됩니다.
제가 3학년이 되면서 나름대로 이전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입시를 걱정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 내동부지의 건설현장을 다녀와서, 정말 무슨일이 있어도 이전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곳은 정말 학교가 들어설 자리가 아닙니다. 아파트 15층 높이를 가파른 경사로 올라가야 교문이 보입니다. 그곳이 통학로라고 생각하면, 더군다나 한겨울에 빙판길로 덮인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또한 산을 깎다 말고 짓는 학교라 학교 건물과 뒷산 비탈과 거의 맞닿아 있습니다. 얼마전 비가 많이 왔을때 군데군데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그곳이 과연 학교부지로서 적당한 곳이라고 할수 있겠습니까?? 저는 교육감님께 묻고 싶습니다. 게다가 그곳 주변에는 흔한 슈퍼마켓은 커녕 문구점, 서점등이 들어설 수가 없는 곳입니다. 등산하는 기분으로 산비탈길을 내려오면 바로 도로가 맞닿아 있고, 도로를 건너면 마주하여 위치한 아파트단지의 울타리만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학부모님들께서 그런 곳에 자녀를 보내고 싶으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제가 쓴 내용은 저의 주관을 바탕으로 저의 생각과 재학생들의 입장을 쓴것임은 물론, 객관적으로 기사화된 자료내용을 토대로 쓴 것입니다.
이러한 재학생들의 입장을 반영해서 저희들은 15일과 16일 오전 등교거부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내용은 본교를 대표하는 학생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며, 선생님들과 학부모님 대표와의 장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도 별다른 대안이 모색되지 않아 최종 결정된 사항입니다. 저희의 이런 행동을 그저 철없는 아이들의 집단행동 혹은 지역이기주의적인 행동으로 보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그동안 계속 이전반대에 대한 재학생들의 입장을 알리려 했으나, 교육청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장 외고 이전 결정이 눈앞에 닥쳤고, 또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이전의 주체인 우리 학교 재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는 상황에서, 저희들은 참으로 막다른 골목에 갇힌 기분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정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떠나서 저희들은 오직 학교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런 사실들은 바로 알아주시고, 저희들의 투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상 긴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