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라인의 'SBS 논평'을 관심 있게 보아온 시청자이다. 연륜이 있어 보이는 논설위원들의 식견을 들으며 평소 내 자신의 견해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박한 지식을 갖춘 논설위원들의 주장과 내 자신의 생각이 서로 배치가 될 때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선다. 그런데 때마침 이틀 전인가, 평소 SBS 논설위원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을 갖고 있던 이궁기자의 논설이 바로 나의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말았다.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평가는 제 각각 다를 수 있는 것이 본래 더 자연스러운 일이란 사실쯤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다르다고 해서 갑자기 이궁 기자를 비난하거나 폄훼할 마음을 갖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가 자신의 소신에 의한 정견을 주장했듯이, 본인 역시 똑같은 의도에서 개인적 소감을 남기고 싶을 뿐이다.
우선 이궁위원은 현재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핵반대 촛불시위를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단정지었다. 게다가 이로 인해 연일 도심이 마비되고 있다고 단정짓는 표현까지 했다. 무례한 질문이 되겠지만 이위원은 자신의 발로 나가 실제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는지 묻고 싶다. SBS 자체 뉴스에서조차 촛불시위로 인해 연일 교통대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기억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또한 비폭력인데다가 민주국가라면 자연스럽게 인정되어야 할 국민들의 의사표시 중 하나인 시위가 단순히 참가인원이 많다거나, 촛불을 소품으로 사용하였다고 하여 사회혼란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본다. 그럼에도 경찰이 촛불집회를 불법이라고 발표하였기에 이를 정도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었더라면, 최소한 현 집시법이 안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을 해주었어야 정당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궁위원의 주장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지금 탄핵반대시위로 이어지고 있는 정국상황을 마치 친노와 반노의 대립으로 단정짓고 있는 듯한 시각이다. 엄연히 말해서 친노라면 탄핵정국이 일어나기 전부터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세력을 말하는 것이 온당한 정의가 아닌가? 그렇다면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변함없이 70% 가까이 이어져 왔다는 논리인데 이는 전혀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은 재삼 거론치 않겠다.
그리고 이위원의 마지막 발언에는 다음달 총선에서 탄핵정국에 대한 감정으로 투표에 임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주문도 있었는데, 이 또한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이 땅에 공화국이 들어선 이래로 처음 겪은 대통령탄핵이란 메가톤급 사건을 불과 선거 한 달 전에 겪었는데, 이를 총선과 연계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라고 한다면 누가 이를 현실성이 있는 주장이라고 받아들이겠는가?
언론이 중립성 사수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는 것은 불문의 원칙이며 참 도리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언론의 중립을 기계적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분명 착각이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각자의 이해에 따라 민심을 인위적으로 편집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것은 바로 언론의 왜곡이며 중립성의 훼손이 되는 일이다. 언론은 수정그릇처럼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곧 중립이며 공정성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