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우습게 아는 도요타...
요즘 수입차 업계에서는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렉서스)가 SK를 ‘배신’한 사건이 일대 화제입니다.
도요타는 최근 고급차 렉서스의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SK 글로벌의 판매권(딜러)을 회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요타는 SK와 올해말까지 렉서스 판매를 대행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도요타가 계약 만료에 앞서 SK글로벌 측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지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놓고 제가 ‘배신했다’는 표현을 쓴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도요타와 SK는 오너 가문간에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고(故) 최종현 회장과 막역한 친구 관계 였어요. 쇼이치로 회장과 최종현 회장은 각각 양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단련 회장과 전경련 회장을 지내면서 자주 만났고, 골프 모임도 여러차례 가졌습니다. 쇼이치로 회장은 자신보다 30야드이상 멀리나가는 최종현 회장의 드라이브 샷을 부러워했습니다. 지난 98년 최종현 회장이 타계했을 때 쇼이치로 회장이 방한, 직접 조사(弔辭)를 낭독할 정도였습니다.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01년 도요타 자동차 한국 진출 기념식장에서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아버지와 각별한 사이여서 도요타가 요청한 판매 대행을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 SK 고위 임원은 “도대체 도요타가 우리에게 이럴 수 없다. SK가 조금 어려워지니까 일방적으로 배신했다”고 흥분하더군요. 그렇지만 어떡하겠습니까. 최태원 회장은 지금 감옥에 있고, 도요타는 SK가 없어도 ‘렉서스가 너무 잘 팔린다’고 의기양양해하고 있으니까요.
도요타가 한국을 얕잡아 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옛날 이야기이지만, 지난 66년 도요타는 국내 신진자동차와 제휴를 맺고, 크라운과 코로나를 국내시장에 팔았지요. 너무 잘 팔려서 선금을 주어야 차를 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주은래 총리가 ‘중국은 대만과 한국을 지원하는 기업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도요타는 신진자동차와 결별하고 한국에서 철수했습니다. 도요타에서 근무하는 한국 고위 경영자는 “신진자동차가 먼저 도요타에 계약을 청산하자고 제의해서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철수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당시 신진자동차 임원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반박합니다.
혹시 1996년에 기아자동차가 인도네시아 국민차로 선정됐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과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도요타에 무려 25년동안 국내시장을 열어주고 발전할 기회를 주었지만 기술 이전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아차를 국민차에 선정했다.”
기아차가 인도네시아 국민차에 선정된 후, 일본 통산성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인도네시아 국민차 프로젝트를 제소했어요. 일본 통산성 뒤에 도요타 자동차가 있다는 것은 당시 세계자동차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도요타의 이런 행태는 지금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수천대의 렉서스를 팔아치우면서도 판금 도장을 할 수 있는 정비공장 하나 짓지 않았어요. 경쟁사인 BMW나 벤츠가 수백억원을 투자, 대형 아프터 서비스 공장을 만들 때, 도요타는 차 팔기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도요타가 한국 소비자, 한국기업을 더이상 얕잡아 보지않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