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한 하이쿠 시인,이큐의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이큐가 머물던 학당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연못가에 정말 유난히 구불구불한
벚꽃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큐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 여기 너희들 중 누가 저 굽은 벚꽃나무를
곧게 볼 수 있겠는가 ? "
제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곧게 보라니 무슨 뜻인가 ?
겉으로는 구부러졌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곧다고 할 뭔가가 있다는 뜻일까 ?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분위기만 썰렁해져 갈 무렵
멀리 나가 있던 제자 하나가 돌아 와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이큐가 다시 물었습니다.
" 너는 굽은 저 나무를 곧게 볼 수 있는가 ?"
제자가 대답합니다.
" 찬찬히 뜯어보니 역시 구불구불 구부러져 있습니다 `
이큐가 무릎을 칩니다.
" 바로 그거다. 굽어 있는 것을 굽어 있다고
보는 것이 곧게 보는 것이다.
굽어 있는 것을 곧다고 보는 사람은
진실을 구부리는 것, 즉 왜곡시키는 것이야 "
참여정부의 대선자금 문제로 정치권은
정말 시끄럽습니다. 우린 이미 굽어있을 대로
굽어있었던 것은, 곧다고 자기암시를 해오지
않았던가 싶습니다. 여전히 정치는 굽어 있는데,
굽어있음을 굽어있다고 말하는 일조차
참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위선은, 부정보다 나쁜 것입니다.
차라리 굽은 채로 비쳐지는 것이 좋았을 걸
굽은 걸 곧다고 믿고 박수쳤던 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