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민주주의의 승리를 자축하고 계실 故 최병렬, 조순형, 김종필 옹 외 190분께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탄핵안 가결의 불꽃으로 흥분의 도가니에서 끓어오른 혈류의 강한 흐름과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때마침 근방에 대기 중이던 헌혈차에서 피를 한 사발 정도 덜어내었으나 그로 인한 혈류랑 감소의 영향으로 대뇌 회전속도가 저하되어 글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 할 수도 있으니 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탄핵소추.. 대다수의 대한민국 젊은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결코 멋있지 않은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상식의 범위 안에서만 살아오던 제게 그것은 고교시절 교과서 속에서만 보아오던 단어였습니다.
그토록 정치에 대한 평범한 무관심 속에서 살던 제게 옹들의 용기는 제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됐을 경우의 사회적 파장 및 정치적 생명의 급격한 단축을 충분히 예상 하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용단을 내리실 수 있는 분이 이 나라 대한민국에 계시리라고는 저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조순형씨였나요? 오늘의 탄핵안 가결이 구국의 결단 이였음을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 하셨지요. 아직 많은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탄핵안 가결이라는 뇌관이 폭발시킨 정치적 관심으로 인해 그 크신 뜻을 제가 감히 조금은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타개하기 위한 궁극의 결단이라는 것입니다.
자신과 당의 미래와 안위를 모두 포기하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젊은이들에게 정치적 관심을 불어넣고자 하신 옹들의 헌신적인 희생은 가히 순교에 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진작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희생은 필요 없었을 것일진대.. 옹들의 희생에 대해 저는 감사함과 함께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지키시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입니다.
1000 포인트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 증시. 하지만 실제로 그 돈을 벌어가는 것은 모두 외국인들이기에, 국내 개미투자자들의 수익을 위해 주식시장의 외세침략을 막으며, 외국기업에서 일하여 외국 기업에게 돈을 벌어주는 꼴은 볼 수 없기에 외자유치를 원천봉쇄하시려는 옹들의 깊은 뜻을.. 조금은 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는 외국인들도 이미 눈치 챈 듯 합니다. 오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34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더군요. 이는 외국인들이 옹들의 살신성인하시는 노력에 대한 높은 평가의 결과라고 보여 집니다.
세 번째는 현재의 모든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노무현 정권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거대여당 건설의 포석이라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한 탄핵안.. 헌재가 통과시킬 수 없는 범위의 것임을 충분히 예상하시고도 추진하신 것과 그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대통령의 성명..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각 당의 대표들과 대통령과의 비밀스런 만남이 있었구나..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들을 낮추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이구나..” 눈물이 났습니다. 여론은 항상 약자의 편임을,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약자는 대통령임을.. 곧, 자신들을 낮춰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돌려놓으려는 깊은 뜻이 있으셨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장기에서는 뻔히 멍군이 나올 것을 아는 장군을 외치지는 않으며,
체스에서도 체크메이트를 부르는 체크메이트처럼 가치 없는 수를 두지는 않습니다.
오목에서조차 33은 전 세계적인 금수로써,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마음으로 33을 위한 포석을 놓을 경우 곧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독도의 영유권을 외치는 혀와 함께 생각도 짧은 일본의 어린 아이들조차 알고 있는.. 33은 금수라는 이러한 삼라만상의 진리를 몸소 터득하고 계실 분들의 판단. 저는 믿습니다.
하지만.. 온전한 정신으로 자신의 식솔들과 당의 안위를 포기하기는 매우 힘든 것 이였음을.. 판단의 결정적 원인.. 그것에는 매우 눈물겹고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음을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광우병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가금류의 조류독감에 대한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쇠고기와 닭고기 소비를 몸소 실천하셨음을.. 국은 항상 곰국이요, 채소는 항상 치킨샐러드로, 젊은이들의 다이어트에 관한 고통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항시 황제다이어트 스타일의 식단을 유지하고 계셨음을..
아직도 숨기고 계시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았던 모든 증거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광우병으로 인한 뇌다공증 및 뇌세포 손상.. 설마 했지만.. 이토록 심각하게 진행되었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 크신 뜻의 일부를 깨닫게 된 지금..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박관용 국회의장의 얼굴로 날아드는 종이가.. 벽돌이기를..
그것이.. 내 손에서 던져진 것이기를..
브라운관으로 올라가는 나의 발이.. 그 너머의 그의 안면에 닿기를..
그의 망치로.. 그의 이마를 살포시 두드려 줄 수 있기를 바랬던 제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책임소재가 좀 불분명하면 어떻습니까?
이토록 큰일을.. 구국의 결단을 내리는 일이였는데요..
그 구국의 결단을 위해.. 새벽부터 국회에 나오셔서 고속 투표를 진행하신 193분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깊은 조의를 표하며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의기투합하여 빠른 표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며 희망을 안겨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아직 어린 사덕이의 뱀을 연상케 하는 얼굴과 사덕이네 형 순형군의 유인원스러운 모습.. 눈은 보이질 않는데 앞은 보고 다니는 듯싶었던 종필옹의 온화한 미소..
특히나 그나마 젊어서 총선 전의 개헌에 대해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조순형군과 뇌다공증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노화에 의한 뇌세포 손상과 의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김종필옹의 개헌의 떡고물을 기대하는 애처로운 눈빛이 눈에 선합니다.
(참고로 ‘옹’은 나이가 많은 노인을 높여 부르는 뜻이기도 합니다만, “목이나 엉덩이, 입술 등에 나는 화농균이 옮아서 생기는 나쁜 혹의 한 가지“ 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쉽고 슬프며 비통한 심정입니다.
구국의 영웅들을 다신 볼 수 없게 되었음이..
의도하셨던 대로 많은 사람들이 4월의 총선에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으며, 저 역시 옹들의 뜻을 저버릴 수는 없기에 4월 중순이 지나면 뵙기 힘들 듯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잊을 수는 없을 것이며 가슴 깊이 간직하며 추억할 것입니다.
부디.. 안녕히..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