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등껍질 놀이
태고 시절 우리 조상님들 농사짓고 사냥하고 자식 농사짓고 이것 저것 하다가 마침내 할 일이 없어 졌다. 심심한 마음을 달래려 여름날 잡아서 말려온 거북이 등껍데기 가지고 놀이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거북이 등껍질 놀이….. 잡은 거북이 등껍질 가장자리에 5cm 거리 간격으로 엽전 5냥, 엽전 10냥, 엽전 15냥, 엽전 20냥 ………. 이렇게 쭈악 써놓고 다 마르기 전까지 아무도 못 보게 천으로 감싸 놓는다. 그리고 등껍질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마침내 거북이 등껍질 놀이를 시작하는 날이 된다. 동네 노친네들 한 집에 모인다. 천으로 여전히 덥혀 있는 거북이 등껍질 주위로 사람들이 동그랗게 둘러 앉는다. 대빵 노친네 천을 벗긴다.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통해 말려온 거북이 등껍질은 의례 그 건조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갈라져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갈라진 틈은 어느 한 방향으로 향해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거북이 등껍질 놀이를 고안하게 된 것이다. 천이 벗겨지고 모두들 그 갈라진 틈의 방향을 주시한다.
“엽전 15냥~~~~~”
엽전 15냥 이라고 쓰여있는 자리에 옆집 james 노친네가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노친네들 깔깔 거리며 조아라 웃는다. “ 어이 james! 얼렁 15냥 내라! 너 걸렸엉. 어서 가서 엽전 15냥 만큼 엿 사와라…..꺄르르르르르”. 이렇게 무료한 마음을 서로 엿을 먹으며 달랠 수 있었다. 윳놀이도 화투도 기타 등등 소일거리가 고안되지 않았을 때라 그 거북이 등껍질 놀이는 가장 잼있는 놀이가 되었다. 참고로, 희안하게 그 해 농사에 의한 수확량이 가장 많은 사람이 이 거북이 등껍질 놀이에서 돈을 내게 되는 확률이 높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거리가 되었다. 이 놀이는 이 놀이를 하던 노친네들의 아들 딸들이 따라 했고, 그 아들 딸들의 아들 딸들이 또 놀이를 따라 했다. 계속 세대를 이어가며 이 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세대가 거듭할수록 판돈은 점점 올라가고 판돈 외의 것들도 내기의 대상이 되었다. 이장 자리 정하는데도 이용하고 마을 불침번 정하는데도 이용하고 그 밖에 기타 마을 전체에 중요하다는 사안에 대해서 이 거북이 등껍질 놀이는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 게임을 점점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며 마침내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운명이 그 거북이 등껍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 년 **월 봄날 마을에 큰 눈이 왔다. 얼마나 많이 왔는지 마을의 거의 모든 집들이 어마어마한 눈의 양에 의해 주저 앉기도 하고, 가축 우리가 망가지기도 하고, 마을 사람 몇몇은 동상이 걸리기도 하였다. 황당한 일이었다. 몇 백 년 만에 봄에 경험하는 큰 눈이고 피해도 이만 저만이 아닌지라 동네 이장과 주민들은 반상회를 열어 이 자연 재해에 대해 거북이 등껍질 점을 치기로 결정하였다. (참고로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수동 건조기가 발명되었으며, 태고 적 여름 가을 겨울을 기다려야 했던 그 건조 과정을 1주일이면 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거북이 등껍질에 무엇을 써 놓을까 토론을 시작하였다.
웃집 사는 허둥지둥이 거북이 등껍질에 적어 넣을 내용을 먼저 말한다. “ 성한 사람들이 건강해야 동상 걸린 사람들을 돌볼 수 있으니 먼저 집과 가축 우리들을 수리하자는 내용을 적어 놓음이……….”
아랫집 사는 헐래벌떡도 의견을 낸다. “집이나 가축 우리는 언제든 고칠 수 있으니 먼저 동상 걸린 사람을 치료함이……….”
옆집 사는 헤롱메롱도 의견을 낸다. “이번 눈은 요즘 우리 마을 사람들이 술을 넘 마셔서 하늘이 노해 내린 벌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달게 받음이………”
기타 많은 사람들이 의견들을 낸다. “울 마을 이장을 더 괘안은 사람으로….”, “ 주절이 주절이……..”, “이래라 저래라”, “궁시렁 공시렁”…………………….
거북이 등껍질에 적어 놓을 내용을 정하느라 하루가 모두 흘러갔다. 내용이 무시된 사람은 여기서 궁시렁 저기서 궁시렁. 죽일넘 살릴넘 하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무튼 어렵게 결정된 내용을 거북이 등껍질에 적어 놓고, 건조기에 넣고 말리기 시작했다. 거북이 등껍질이 잘 마르기만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기다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그 거북이 등껍질이 마르기만을 기다린다. 일주일 후, 거북이 등껍질이 어떤 식으로 갈라졌는지 모두들 호기심 찬 눈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이것이 왠일인가. 건조기 성능이 떨어졌는지 이번에는 거북이 등껍질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사람들은 갸우뚱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체 모두들 허둥지둥할 뿐 이였다. 일주일의 시간을 더 주어 거북이 등껍질을 더욱 말려야 한다는 둥, 높은 곳에서 떨구어 임의로 금이 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둥…………
쯔쯔쯔 그 거북이 등껍질은 태고 적 그 거북이 등껍질이 아닌 것을 모르고….
그럴 시간 있었으면 벌써 동네 눈도 치우고, 주저앉은 집과 망가진 가축우리를 수리했을 것이고, 동상 걸린 사람을 치료했을 것이네. 먼저 최선을 다하고 그 거북이 등껍질 놀이를 하면 귀신이 잡아가남……………..쯔쯔쯔…..내가 귀신이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복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