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조기(弔旗)를 달며......
저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대부분의 국민처럼 힘겹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돈도 명예도 없지만 저에게는 그보다 더 소중한
39개월 된 아이도 있고 그만큼의 책임도 있습니다.
노사모도 아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도 않고
정치에도 별 관심 없는 평범한 국민이지만
2004년 3월 12일... 오늘은 여기저기 나오는 뉴스를 보며
아껴온 눈물을 머금어야 했습니다.
아이 얼굴 보기가 미안했고 아내 얼굴 쳐다보기가 민망했습니다.
제대로 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아내의 한마디가
이토록 가슴시린 아픔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묻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소주래도 한잔 기울여야 잠이 올 것만 같군요.
이 땅위에 태어나 그래도 아끼고 사랑했던 대한민국이
이토록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자꾸만 아이 얼굴이, 아내 얼굴이, 맺히는 눈물이......
저는 오늘부터 아이와 함께 조기를 답니다.
그냥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그러렵니다.
그리고 많이 절망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으렵니다.
내 아이가 커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가슴 뿌듯하게 느껴지는 그 날을 위해
아픔에서 다시 일어서는 내일을 믿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