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러기아빠의 자살에 관한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매스컴에서 '기러기아빠'에 관한 프로그램이 나올때마다
전 인구의 몇%도 안되는 사람들을 놓고 참 유난도 떤다
싶었는데, 그 사이 기러기 아빠의 인구도 참 많아졌나
봅니다. 지난 5월엔 모방송사에서 기러기아빠인 어떤
교수가 기러기아빠에 관한 특집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더군요.
그 프로에서 기러기아빠인 남성들은 모두들 외로움과
단절, 소외감을 진하게 피력하더군요. 몇달, 혹은 1여년만에
만난 가족들에게서 느낀 '돈버는 기계'로서의 자괴감.
이번에 자살한 기러기아빠는 외로움 끝에 한 여성과 관계를
맺고 아내에게 들켜 간통죄로 고소를 당했다더군요.
죽음으로서 현실적인 고통을 잊으려했던 그가 이해됩니다.
몇년전 홍콩 출신 미국인(정확하게 말하면 미국계 중국인)을
만난 적이 있죠, 그 역시 일종의 '패러슈트 키드'였습니다.
우리와 다른 건 부모는 홍콩에 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혼자
서 미국에 살았다는 점이죠, 일종의 조기 유학인데..
그가 토로하기를 부모와의 내밀하고 애틋한 정을 나누는 것이
참 힘들다는 얘기였습니다. 부모와의 '관계정립'이 어려운 건
물론이고, 누군가와 마음을 열고 친밀감을 나눈다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제 짝을 못찾아서 그럴 거라고
위안을 해주었지만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 되다보니
그의 심정이 정말 이해가 됩니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자녀들을 타국으로 떠나보내는
건 '허물어진 공교육'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 소위 '민족주의
자'를 넘어 '국수주의자'로 불리던 분 역시 딸과 함께 유학길
에 오르면서 저에게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이 교육 시스템에선 우리 아이가 결국 바보가 될 것 같다"구요.
나름대로 가능성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공교육의 어긋난
시스템 속에서 시들어가는 아이들에게 조기 유학이란 또하나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건 부모로서 당연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기러기아빠와 조기유학을 단행하는 엄마들의 결단을 나무라기
앞서, 그들의 파행적인 가족구조에 대한 동정을 피력하기 앞서,
우리 아이들을 외국으로 내몰수 밖에 없는 공교육시스템을
진정으로 반성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