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 내에선 스크린 쿼터 폐지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업무 정책관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1세기 금융포럼´ 강연석상에서 "한미 투자협정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스크린 쿼터는 양보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하며, 이창동 문화부 장관은 스크린쿼터
폐지에 강력하기 반대하는 입장이라니...한 사안을 두고 관료들도 이렇게
관점이 다르니 관객들의 생각은 더더욱 갈라질 게 분명하다. 물론, 영화감독이었던 이창동장관의 반대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요즘 미국 영화를 보면 헐리우드의 창작 아이디어가 고갈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가볍고 즉물적인 액션과 삶의 진정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트콤류의 드라마 뿐이어서 관객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주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의 놀라운 약진과 이에 대한 관객의 호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운
편이다.
그렇다고, 한국영화 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인 스크린 쿼터를 폐지해야하나.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다. 이 문제를 통상의 '아젠다'로 삼기 보다는 문화 창작활동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한국영화의 부흥기라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영화의 토대는 그리 굳건하지 않다. 자본력에서 창작의 파워에 이르기까지 일대일 경쟁을 치르기엔 아직
우리 영화의 싹이 여리다. 그 싹이 햇빛을 받아 작은 나무가 되기까지 좀더 인내심을 갖고 바람막이를 해주는 일..그것은 국가적 이기심이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우리 문화를 살리는 최후의 보루라고 인정하자.
아직 우리에겐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제도인 '스크린쿼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