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살고 있는 사촌과 그 가족들이 한국에 왔다.
비교적 넉넉한 편이라 두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낸다.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11살난 큰 아이는
정말 놀랄 만큼 단정한 '테이블 매너'를 과시(?)했다.
주중엔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그 애의 테이블
매너는 엄마의 전적인 교육 덕분만은 아니었다.
캐나다로 떠나기전 5살 무렵 식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장난을 치던 모습은 정말 온데간데 없었다.
후식을 먹으며 그 애는 인류에게, 특히 고통받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달라진 그 애 모습을 보며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요즘 우리나라의 소위 '상류사회'에 속한 학부모들,
또는 '상류사회'에 끼고 싶어하는 이들은 아이들에게
이런 테이블매너부터 상류층 문화와 습관들을 가르치는
사교육을 한다고 들었다. (...신동아에서...)
물론, 가정에서 그런 품격있는 생활를 하거나 그걸
지향하는 가족이라면 그런 문화의 세례에 아이들을
노출시키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매너들을 가르치기 전에
가진 이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책임을 갖고 있는지를
아이들이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가진 자들이 한순간에 마음을 고쳐 먹고 이런 의식을
얻게 되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 의미를,
실천방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해감으로써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에 배어
있게 되는....그런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