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고품격 커뮤니티  ‘스브스프리미엄’

`자전거일보에게 보내는 격문` [미디어 오늘]

'자전거일보에게 보내는 격문'

[인터뷰] 문성 언론정상화 독자감시단 공동대표





정은경 기자 pensidre@mediatoday.co.kr









▲ ⓒ 민임동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더 이상 신문시장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 같으니 독자들이 직접 나서야겠다."



지난 20일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와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인권센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정상화를 위한 독자감시단(공동대표 이명순 민언련 이사장 등) 발족을 선언했다.



독자감시단은 지역별로 상근자 3~5명을 포함한 10~20명의 감시단을 모집하고 4월부터 불법경품 살포, 무가지 투입 장면을 카메라로 찍는 등 현장에서 감시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감시단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수원, 마산·창원, 전주, 청주 등 9곳에 설치된다.



지난 2002년부터 언론인권센터 신문불공정행위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독자감시단의 공동대표를 맡은 언론인권센터 문성 소장은 "독자감시단 운동은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표현으로 경실련 등 메이저 시민단체들도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 감시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 소장과의 일문일답과 문 소장이 지난 20일 독자감시단 발족식 기자회견에서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을 패러디해 발표한 討 자전거일보 檄文 전문이다.





--------------------------------------------------------------------------------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책은 없고 관계만 있었다. 정책은 철학에서 나오는 건데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적인 회한이나 상처만 있었던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집권 초반에 언론개혁 정책을 했어야 했다. 공정위가 신문고시 강화한 게 유일한 언론정책이라면 정책인데 그것도 사실 노무현 정부가 한 것은 아니다."



-신문고시 개정 후 불공정행위가 더 심해졌다.



"쉽게 말해서 신문들이 공정위를 비웃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에 신문불공정행위를 감시할 인력이 거의 없다. 신문고시 개정도 떠밀려서 된 것이다 보니 엄포만 했지 실제로 규제력을 발휘한 건 없지 않나. 조중동은 지면에선 총선시민연대의 불법성을 비판하면서 신문시장에선 알면서도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언론정상화를 위한 독자감시단 운동의 의미는.



"오죽하면 독자들이 나서겠나. 이런 운동이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정부에 대한 불만이고 불신의 표시다. 공정위가 책임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공정위를 대신할 새로운 제3의 기구 구성을 제안하겠다는 것 역시 이제 독자들이 정부에 대해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이다."



-독자, 시민들에 대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자전거가 더 좋으니까 우리 신문 보라'고 하는데 신문은 신문의 질로 경쟁해야 할 것인데 자전거를 가지고 신문을 경쟁하는 나라가 또 어딨겠나. 시민들이 자존심이 없다. 자전거 줄테니 신문 봐달라는 말이 얼마나 시민을 모독하는 말인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언제 넘어질지도 모르는 자전거 한 대 받고 신문 구독하는 것은 정신적 매음행위와 같다. 이 운동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절대적인데 시민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잘 마음에 와닿지 않는지 사치스런 생각이라고 한다."



-신문시장 정상화 운동에 문화단체들이 가세한 것이 신선하다.



"불공정행위로 확보한 여론시장 독과점 상태가 문화적인 문제와도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단체도 필요하지만 참여연대와 환경연합, 경실련 등 메이저 시민단체가 언론개혁에 나서야 한다. 특히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겠다는 이 운동에 경실련이 외면하고 있다. 핏줄과도 같은 언론을 개혁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회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내가 참여연대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조중동과 싸우는 것보다 이게 더 급한 일인 것 같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선일보 기자에게 취재협조를 해주던데.



"그날 발표한 '토자전거일보격문'을 달라기에 줬다. 자료 주면서 '당신 이거 가져가지만 지면에 싣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시험해보고 싶었다. 조선일보 욕하는 글을 자기 지면에 실을 수 있겠나. 한편으로는 슬펐다. 조선일보 기자는 와서 자료라도 받아갔는데 그나마 우군이라 믿었던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취재기자는 오지도 않았다."



자전거일보에게 보내는 격문 (討 자전거일보 檄文)



한편 문성 언론인권센터 신문불공정행위신고센터 소장은 20일 독자감시단 발족식 기자회견에서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을 패러디한 討 자전거일보 檄文을 발표했다.



다음은 문 소장이 이날 발표한 討 자전거일보 檄文 전문이다.



서기 2004년 2월20일, '언론정상화를 위한 독자감시단' 발족에 즈음하여 언론인권센터를 대표해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아무(某)는 언론비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는 몇몇 언론에게 알리는 바이다.



대개 옳고 바른 길을 정도(正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는 것을 권도(權道)라 한다. 슬기로운 자는 정도에 입각하여 이치에 순응하므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권도를 함부로 행하다가 이치를 거슬러서 패망하는 것이다. 인간이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살고 죽는 것은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양심이 주관하여야 옳고 그름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지금 나는 내 안의 도덕법칙이 내게 명하는 바에 따라 '자전거일보'로 통칭되는 불공정한 관행을 근절하려는 것이지 너와 같은 거대언론을 상대로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근절을 하기에 앞서 한번 더 은혜로써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인데, 그래도 듣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독자들의 힘을 빌어 강압적으로라도 너희가 유린한 시장질서를 수복할 수 밖에 없다.



지금 내가 너를 회유하려는 것이 바로 정도인 것으로서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진지한 태도로 들어주기 바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는 본래 권력에 빌붙어 살던 하찮은 미물이었다. 무모하게도 갑자기 작당하여 언론권력이 되고 또 그 기세를 몰아 언론이 지켜야 할 도리를 어지럽히고 말았다. 언감생심에 깊숙이 갈무리해 두었던 간교한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어 '신문 그 이상의 신문'을 넘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언론의 금도를 무참히 짓밟았으니 그 죄를 하늘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너와 같은 신문지는 권력에 기생하던 하찮은 미물로서 제 멋대로 편파를 자행하고 나라야 어찌됐건 제 뱃살 불리는 것으로 능사를 삼으니,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악질적인 죄인이 아니고 무엇이냐? 대한민국 사람 중에 네 신문지를 찢고자 하지 않는 자가 없을 정도로 원한이 가득차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로 인해 피해를 당한 시민들은 하루 속히 네가 찌라시로 전락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개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독자들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너를 달래기 위하여 신문시장의 70%를 내어준 바 있었다. 그런데도 너는 만족할 줄 모르고 오히려 못된 독기를 발산하여 골목마다 자전거를 늘언호고 지나가는 소비자를 유혹하며 호객행위를 하여, 결국 언론의 명예를 훼손하고 말았다. 곧 너는 참람하게도 여론을 장악하자 그 힘을 믿고 신문고시를 유린했고, 마침내는 공정해야 할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너는 은혜를 원수로 갚아 백 번 죽어 마땅한 대역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고도 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이냐? 네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춘추전'에 이르기를, "하늘이 착하지 못한 자를 돕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라 그 흉악함을 기르게 하여 더 큰 벌을 내리려고 하는 것이다" 하였다.



지금 너의 간악함이 쌓이고 쌓여 대한민국 천지에 가득 찼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속에서 스스로 안주하고 반성할 줄 모르니, 이는 마치 제비가 초막 위에 집을 지어 놓고도 만족해 하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솥 안에서도 즐거워하며 헤엄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눈 앞에 닥친 삶겨 죽을 운명을 생각지 못하고 말이다.



나는 지금 현명하고 재기발랄한 계획으로 독자들의 협조를 구하니 전화벨소리가 사방에서 진동하고, 싸움을 겁내지 아니 하는 지원자들이 구름처럼 밀려온다. 밀려드는 증거물들을 앞세워 사방에서 들려오는 녹슨 자전거소리를 잠재우고, 신문시장 불공정행위를 조사.감사하는 독자감시단을 결성해 훼손된 시장질서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때는 마침 얼었던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경칩 어간이다. 새기운이 우리를 맞이하며, 세찬 꽃샘바람은 얄팍한 신문지를 날려버리려고 한다. 새벽 이슬은 어둡고 미련스러운 기운을 씻어 버린다. 흥분이 진정되고 대응하는 길이 뚫리면, 주먹 한 방으로 황소의 뿔을 꺽는 최배달과 같이, 나는 혼탁한 신문시장을 순식간에 평정할 것이다. 그 기간은 서너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너의 완전한 파멸까지를 바라지 않는 우리 독자들의 인자한 뜻을 받들어 모질게 밀어붙이지 않고 덕으로써 포용하려고 하는 것 뿐이다. 시민들은 "자전거일보와 같은 불공정을 근절하려는 자는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고, 무지하여 방향을 잃은 신문지를 계몽.훈육.교정하는 데 힘써야 한다" 하였다.



나는 이 격문을 보내 너의 눈앞에 닥친 위급한 상황을 한 번 더 알려주는 것이니, 너는 똥고집을 버리고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그리하여 허물을 알고 그것을 고치면, 나는 독자들에게 호소하여 너의 미래를 보장해 주겠다. 그러면 구독자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찌라시로 전락하는 수모를 면할 뿐 아니라 나라로부터 이름을 얻어 영원히 우뚝하게 빛날 수 있지 않겠느냐?



나는 양심의 명령을 받았다. 나의 신의는 저 맑고 깨끗한 물과 같은 마음에 바탕을 두었다. 나의 말은 틀림없이 하늘이 살펴볼 것이다. 은혜를 베푼다고 해 놓고 개인적인 원망을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가 헛된 욕망에 이끌려 함부로 날뛰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마치 바퀴벌레가 탱크에 저항하는 형상이고, 세상의 변화를 모른 체 옛 것만 고집하는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마침내 공짜 경품으로 뿌려진 자전거와 비데, 전화기, 칼라TV, 김치냉장고 등이 모아진다면, "고발할 테면 고발해 보라"고 큰소리치던 너의 판매원들은 꼬리를 내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칠 것이요, 구독계약서는 침 묻은 휴지가 될 것이며, 박스에 새겨진 너의 이름은 행인들의 발자국에 짓밟힌 신세가 될 것이다. 게다가 독자들은 줄줄이 빠져나갈 것이며, 지국들 또한 파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며, 회사는 과징금을 물어내느라 정신이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때를 당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히 없을 터이니, 너는 지금 너의 진퇴를 깊이 헤아려 결정하라. 내가 너를 위하여 너의 앞날을 점쳐 보건대 네가 언론의 사명을 망각하고 배반하여 멸망하게 되는 것보다 언론의 본분에 순응하여 영화로운 장래를 보장받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내가 다만 바라는 바는 자칭 '비판언론'다운 기개로 과단성있게 태도를 바꾸는 것이니, 어리석은 자의 집념에 얽매여 우물쭈물 시간을 끌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아무(某)는 알린다.



문 성 (언론인권센터 신문불공정행위신고센터 소장)







입력 : 2004.02.24 10:46:21 / 수정 : 2004.02.24 11:25:39

정은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