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계에 열풍처럼 일고 있는 누드촬영에 유명연기자인 이승연씨도 합류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의 누드집 주제가 `종군위안부`라고 하니 참으로 의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당사자인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분노는 말할 것도 없고 네티즌 사이에서도 그녀에 대한 비난이 날로 격렬해져가고 있는 것 같다. 여론이 생각외로 악화되자 이승연씨는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자신의 의도가 와전되었음을 밝혔다고는 하지만 성난 시민들의 질책을 쉽사리 가라앉히기는 어려워 보이는 형국이다.
누드도 엄연한 예술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이념을 표현하는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결코 성숙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에 앞서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주제에 대하여 사전에 얼마만큼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철저한 자기 검증과정의 선행은 필수적 요건이라 하겠다.
사실 이번 누드촬영을 결심하기까지 이승연씨가 평소 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절절한 한과 아픔에 대해서 오랜 시간 함께 하며 고민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버릴 수가 없다.
사람들은 종종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제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객이 전도되어지고 진실이 외면된 채 화려한 가식의 포장만이 남게 되는 추잡한 모습들이 자주 연출되어지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이번 이승연씨의 누드집에 대한 논란도 이러한 가지에서 바라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
이승연씨 본인은 세간에서 비난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상업적 목적을 갖고 민족의 아픔을 교활하게 이용한 파렴치한으로 내몰리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며 억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의 순수성에 대한 항변을 하기에 앞서서 먼저 그녀가 간과한 사실을 짚어주고 싶다.
이승연씨는 베테랑 연기자이기 때문에 드라마 속 배역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위해선 사전에 대본을 충분히 숙지하고 여기에 더해서 인물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기본에 대해선 익숙해져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물며 허구도 아닌, 현실 속에서 아직 치유되지 않은 민족의 상처란 점에서 보다 신중해야 했으며, 엄격하고 고된 탐구와 번민하는 흔적들이 있었어야만 옳았다는 지적을 해본다.
어설픈 공명심에서 나온 자기표현은 무지의 침묵보다 더 유해한 일이 되기도 한다. 부디 이번 논란이 이승연씨 개인적 성숙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수습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 이와 유사한 아름답지 못한 사건들이 화제가 되는 일이 적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