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참다운 지식인이라면.
정치 경제 교육 등 우리 사회 전반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이미 92년경부터 이를 예감하고 수많은 정성을 쏟으며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해온 본인으로서는 너무나 답답하고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국제 경쟁에 나서기도 전에 우리 스스로가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서로 좋아질 방법이 얼마든지 많은데도 시도를 해보지도 않고 오직 싸움질만 하거나 이편저편 나뉘어 흥분한 채 모두 손해보고 결국에는 망할 짓만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들 상당수가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린 상황이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미 자기 앞가림조차 못한 수준이다. 독재와 특권과 권위와 유착과 금품과 줄서기와 부패로 일관했던 것이 정치권이다. 정치는 그렇다고 치자. 그럼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지식인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는가. 지식인들은 정치를 모르는가. 사회 상황을 모르는가. 우리 청소년들을 모르는가. 우리 앞날의 모습을 예상할 안목이 없는가. 인류 역사를 당당하게 끌어가며 발전시키고 있는 선진국들을 보고 듣고 다녀오지 않았는가. 과연 무엇을 위한 배움이었으며 누구를 위해 지식과 더불어 살았는가.
물론 책임을 지라고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사회적 난제들에 대해서는 전환점 마련을 고민하고 논의하고 공감대 형성은 해야 하지 않는가? 혹시 여전히 우리 사회를 희망적이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여러분이 지식인이라면 그리고 박사 석사 전문가라면 그간 일반인보다 많은 혜택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리고 많은 대접과 접대를 받았던 사람들이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만든 것은 물론이고 각종 법과 제도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것을 인간이 직접 만든 것이다. 이는 여러분이 우리 사회를 직접 만들지 못한 채 우수한 지위나 신분을 유지해왔다면 공헌은커녕 한자리 차지해서 편히 먹고사는 것을 자랑과 행복으로 여긴 채 적당히 살았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그간 한국 사회를 이끌면서 지식인을 대변할만한 유력한 학자들이 제도권이나 관변단체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이는 시대와 나라와 역사와 사회 상황에 대한 총체적이고 직접 간접 도의적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누려왔던 과거 기득권적 권위에 대한 반성도 없었으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전환점 마련은 꿈도 꾸지 않고 무기력하고 무능할 정도다. 여러분은 우리 사회를 위해 국민 앞에 내세울만한 제자나 자랑하고 싶은 후배들이 있는가? 어느 정도 기간 동안에 몇 명을 어떻게 키워냈으며 그들은 모두 어디에서 공헌하고 있는가. 그럼 여러분에게 배운 우리 젊은이들은 누구의 책임인가.
한국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입을 벌려서 자기 주장보다는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여러분이 그런 수준에 맴도는 동안에 국민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답답했다.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인을 욕하면서 정치에 줄서고, 개혁 실패를 비난하면서 그들에게만 개혁을 요구하고,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국민들의 의식, 생활, 태도, 인간관계, 처세 역시 변화는 없었다.
이제 한국의 역대 지식인들은 모두 함께 책임지든지, 참회하든지,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아니면 20c 말-21c 초 한국에는 참다운 지식인은 없었다는 비난을 쓸어 잡아서 받아야 한다. 지저분한 한국 역사에서 대통령, 정치인, 사법부, 공무원, 재벌 등 수많은 분야와 국민들이 부패한 속물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왜 지식인이라는 여러분은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왜 비난에서 면책되어야 하는가?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당당하게 내놓기 바란다.
우리 사회의 해법에 대해 잘 모르면 누구든 배워야 하며, 고개를 맞대야 하고, 공감대를 조성해가며 전환점을 마련하는 것이 지식인의 도리며 의무다. 정치인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기 전에 지식인들은 과연 무엇에 대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책임감을 느끼는가 각자의 가슴에 손을 얹기 바란다. 특히 자신의 지식이나 학문에 대한 권위의식과 기득권적 의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진심으로 사회와 역사와 국민 앞에 고개를 수그리기 바란다.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 주도권이나 체면 만회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회와 나라와 국민의 대변자로서 나서야 한다. 현재 한국은 내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총선 이후 급격하게 망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성패를 점치거나, 주저앉기 위한 변명거리를 만들지 말고 당연히 실패하고 생각하고 일단 시작해야 한다. 여러분을 기다리는 국민들이 너무나 많으며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시작만 하면 곧바로 할 일들이 많이 생긴다.
"위기 상황"임을 동감하는 사람은 나서주기 바란다.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전환점 마련을 위해 계기라도 만들어주기 바란다. 기다리고 준비해온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 시작만 해주면 된다. 많은 애정과 관심으로 의견들을 쏟아 내주기 바라마지 않는다.
2004. 2. 3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익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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