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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사무라이가 카우보이에게 무릎을 꿇은 이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정치를 한다면 우리나라가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올립니다. 앞으로 선거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출처는 www.chull.or.kr 입니다.














손 안 대고 코 풀면 부드러워진다.





사무라이가 카우보이에게 무릎을 꿇은 이유





50여 년 전 카우보이에게 싸움을 걸었다가 무참히 깨졌던 사무라이들은 80년대에 와서 이번에는 경제 싸움을 걸었다. 처음에는 50여 년 전과 같이 사무라이가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 이번에도 승산이 없어 보인다. 사무라이가 카우보이에게 또 한번 당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사무라이가 카우보이에게 지고 있는 것은 사무라이에게 '깡다구'가 부족하거나 열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사무라이가 깨지고 있는 것은 바로 사무라이적인 방식, 사무라이식 국가 경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무라이식, 즉 일본식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 마디로 행정 관료가 나라를 다스리는 시스템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일본은 명치유신이라는 국가 중흥 최단기 코스를 실천하면서 최고로 우수한 사람을 관료로 뽑아서는 그들로 하여금 북 치고 장구 치며 나라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도록 했다. 이 우수한 관료들이 그렇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법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일부러 법을 모호하게 만들어주어 행정 관리들이 마음껏 재량을 가지도록 해주었다. 이 우수한 관리들은 일을 잘했다. 그들의 효율적인 행정, 그리고 기민한 상황 대처가 근 백년 동안 일본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사실상 오늘의 일본은 이 우수한 관료 집단이 만들었다고 해도 크게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바로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본식 시스템을 압도하고 있는 서양의 시스템이란 어떤 것인가?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양식의 시스템이란 '관료'를 통해서가 아니라 제도, 즉 '법'을 통해 국가를 경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관료는 일본에 비해 볼 때 절대 우수한 사람들이 아니다. 2류, 3류 대학 출신, 그것도 공부를 별로 잘하지 못한 사람들이 관료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그 대신 우수한 장관, 국회의원들이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아 좋은 제도, 즉 법을 만드는데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는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람들이 마음껏 활동하게 하는 것이 미국식 시스템이다.


법을 상세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공무원에게는 별로 재량이 없고 사실 크게 할 일이 없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할 일이란 한발 뒤로 비켜서 있다가 그 법을 어기거나 일탈하는 자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징벌과 채찍을 가하는 그런 것이다. 그 대신 법을 잘 만들어야 하고 또 효과적이고 능률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법을 만드는 국회, 그리고 법이 제대로 집행되게 하는 법조인(법원, 검찰, 변호사 등)의 역할이 커진다. 이것이 영미식 접근 방법이다.


영미식, 일본식 다 그 제도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이 있었고, 그 나름대로 역할이 있었다. 본래 법에 의한 통치란 일일이 따져야 하기 때문에 말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게 마련이다. 그에 비해 관료에 의한 통치는 일일이 따질 필요가 없고 따라서 말이 많이 필요없고 빠르다. 이미 백 년 정도 뒤진 상황에서 서양을 따라잡아야 했던 19세기 일본의 입장에서 과연 법에 의한 통치, 즉 미국식 시스템으로 했다면 그렇게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이 점은 하루 빨리 근대화를 이룩해야 했던 60-70년대 한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식 모델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나라는 문이 닫혀있을 때, 즉 국경이 엄연히 존재할 때는 일본식 제도가 분명히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나라 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같은 것 너무 따지지 말고 같은 문화, 같은 언어 안에서 관료들끼리 숙덕숙덕하여 또 이심전심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기민성과 효율성 면에서 분명히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세계가 변한 것이다. 국경의 문이 활짝 열리고 전 세계로부터 돈과 물건이 노도와 같이 나라를 넘나들게 된 상황에서 관료들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그에 대처하기에는 그 엄청난 물결을 제어하고, 통제하고,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화 시대에는 관료의 힘이 미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아져 버린 것이다. 제도를 옳게 만들어 놓고 그 제도 안에서 자기 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이다. 즉, 제도를 만들어 두고 정부는 뒤로 물러서 있는 식의 국가 경영, 즉 서양식 경영 제도가 더 일리가 있게 된 것이다.


일본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악명 높게 시장을 닫아놓고 행정부가 차고 앉아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던 일본은 갑자기 국경의 문이 열리자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다.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마디로 금융의 문제이다. 금융 시스템이 망가진 것이다. 금융 시스템이 작동을 않으니 마치 몸에 피가 돌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팔다리가 저리고 가슴이 저미고 컨디션 말씀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의미심장한 사실은 이 금융에 대한 일본 정부, 즉 대장성의 통제와 간섭이 가장 심했고 그래서 금융산업이 가장 낙후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경의 문이 열리고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상태가 되니 낙후된 금융산업이 갈팡질팡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다. 우리와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요즈음 우리가 그렇게 부르짖는 '규제 완화'란, 쉽게 이야기하면 바로 행정에 의한 국가 경영이 아니라 제도에 의한 국가 경영, 즉 서양식 국가 경영체제로 가자는 이야기이다. 제도가 확립되어 있는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그것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준다는 것이다. 자고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있는 곳에 돈과 사람이 모이게 마련이다.


미국에 돈과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는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나 돈과 사람이 모이는 곳이 이기게 되어있는 것이다.








공무원이 좌우하는 경영에서 벗어나자





'제도'에 의한 국가 경영, 그것은 바로 '법'에 의한 국가 경영이다. 행정 관료가 아니라 이젠 법이 앞장을 서야 하는 시대이다. 사업하다 이것이 어떻게 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관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법전을 뒤져보며 변호사를 찾아가서 그 해답을 얻어야 하는 체제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경제의 3대 문제를 금융 문제, 재벌 문제, 규제 문제라 한다. 사실 이 세 가지 문제도 따지고 보면 모두 행정에 의한 경제 개발의 산물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를 만들려다 보니 돈을 한 곳으로 모아 주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관치 금융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사업 잘하는 친구를 시켜서 정부가 원하는 산업들을 일으키고자 하다 보니 그 친구를 팍팍 밀어 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재벌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또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려니까 일일이 간섭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규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금융, 재벌, 규제 문제는 아직도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우리가 그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행정에 의해 생긴 문제들을 역시 행정에 의해 풀려고 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행정 작용 때문에 생긴 문제들을 또 행정에 의해서 풀려고 하면 행정 작용은 점점 더 세지고 병세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이제는 접근법을 바꿀 때이다. 행정이 아니라 제도, 즉 법을 통한 해결을 모색할 때다.


그렇다고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것은 시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시장이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천적을 만들어 그 천적으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토록 한다는 뜻이다. 쥐를 잡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사람이 나서서 직접 몽둥이를 들고 때려잡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그러지 말고 고양이를 키워서 그 고양이로 하여금 쥐를 잡도록 하는 것이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정부보다도 나쁜 것으로 피해를 본 사람, 즉 천적이 나서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응징할 수 있다. 그것이 시장이다. 시장이 작동하면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장은 부드러운 사회를 만든다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설치는 사회는 훨씬 더 부드럽다. 시장이란 근원적으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지시하는 곳이 아니다. 고양이에게 쥐를 잡으라고 명령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대로 두면 고양이는 자기 이익을 위해 쥐를 잡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들어가고 시장이 나서면 사회가 부드러워진다. 물 흐르듯이 흐르는 것이다. 정부가 일일이 지시하는 사회는 마치 자동차 바퀴가 네모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덜커덩거리며 소리가 나는 것이다. 시장이 작동한다는 것은 그 바퀴가 점점 둥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 없이 잘 가는 것이다. 선진화된다는 것은 결국 부드럽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좀더 부드러운 사회에서 살 자격도 있고 권리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