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미국의 의혹제기로 시작된 제2차 북핵위기. 미국은 9.11테러 이후 달라진 안보전략에 따라서 북한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명시했고 북한은 NPT탈퇴, 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맞섰다. 이로써 94년에 북미 제네바 합의는 완전히 파기되었다. 2003년 3월 개시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북한이 제2의 이라크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기 시작됐다.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고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8월 베이징 6자회담이 개최됐고 그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2차회담을 앞두고 있다. 제2차 북핵사태가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분단이후 최초로 DMZ가 열리고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는 등 6.15남북 정상회담으로 시작된 남북화해조치가 꾸준히 추진되면서 한반도평화의 실락낙은 희망이 되고있다. 후세인체포와 리비아의 대량 살상무기 포기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부시 행정부. 2차 6자회담을 앞둔 지금 북한 핵 위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아직 냉전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 2004년 그 평화의 돌파구는 열릴 것인가?
-문정인 교수(사회) : 안녕하십니까?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민족의 절대절명의 과제입니다. 오늘 북한 핵문제의 해결없이는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를 토론하기위해서 미국과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를 연결했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참석자) : 문정인(연세대 교수),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미국 대사),왕지쓰(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소 소장), 노다리 시모니아(러시아 이메모 연구소 소장), 이노구치 타카시(일본 동경대 교수)
-문정인 교수 : 그래그 대사님. 토론에 참석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사님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 핵문제에 있어 크게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주시겠습니까?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미국 대사) : 크게 샐패했다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부시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소위 악의 축이라고 지칭했던 국가들에 대해 실직적인 진척을 보여왔으니까요. 부시대통령은 사담후세인을 몰아냈고 이란으로부터 사찰동의를 받아냈습니다.이제 남은 것은 북한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은 부시 대통령은 일단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제2차 6자회담에 대해서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 능력문제는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문정인 교수 : 왕지쓰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그리고 세계 안보차원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왕지쓰(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소 소장) : 저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평가해 본 적은 없습니다. 우리는 신문과 언론의 발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중극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공식으로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저지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과는 다소 다른 개념입니다.
-노다리 시모니아(러시아 이메모 연구소 소장) : 네. 그렇습니다. 그 두 가지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핵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그런 다음 핵무기를 생산하게 되는 것인데 북한이 현재 실제로 어떤 단계에 있는지는 저로서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대화를 하면서 핵 프로그램 개발을 막아야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노구치 타카시(일본 동경대 교수) : 지금까지 북한은 핵능력을 갖기 위해서 아주 열심히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서 핵을 갖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중요하게 보는 점은 북한이 핵 논의를 함으로서 동북아 전체에 우리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을 가져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촉발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죠.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 여론은 북한의 핵을 거론하고 핵프로그램을 갖고 장난을 치는 것에 반대하는 겁니다.
-문정인 교수 : 그래그대사님! 한국 내에서는 지난 12월에 베이징에서 제2차 6자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시대통령이 노무현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선언을 핵포기로 바꾸겠다고 밝혔고 다자간 대북 안전보장을 하겠다고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2월에 개최되기로 했던 6자회담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차 6자회담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때문이라고 보십니까? 미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미국 대사) : 그 동안 제임스 캘리 미 국무차관이 분주하게 서울과 동경을 오갔고 중국과도 얘기를 계속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캘리차관이 중국측에 제2차 6자회담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혔는데 중국은 이 회담이 별다른 진전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듯 했고 그래서 회담을 미루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이 보다 더 능동적이고 혁신적으로 바뀔 때까지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것이 2차 6자회담을 연기하게 된 주 이유였습니다.
-왕지쓰(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소 소장) : 제가 생각하기에 중국정부는 매우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나서서 북핵문제를 걱정하는 모든 국가들이 함께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과연 미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북한에게도 북한이 원하는 구체적 요구사항이나 제안을 들어보고 싶습니다만 일단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이든 안전보장을 받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혹시라도 북한이 핵능력을 갖고 있다면 이것을 어떻게 포기해 갈지도 논의해 가야겠지요.
-노다리 시모니아(러시아 이메모 연구소 소장) : 저는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면 그 어떤 전제조건도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미국은 6자회담 자체에 대해서 동의하지만 그러면서도 언제나 전제조건을 갖고 나옵니다. 이건 받아들일 수가 없는거죠. 정말 필요한 것은 함께 앉아서 대화를 하고 논의를 하며 양쪽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동시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어떤 종류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이를 중단한다는 것을 합의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문서에 서명을 해야하고 이와 동시에 미국은 반드시 북한에 대해 어떤 형태의 안전보장을 하는데 동의해야합니다. 이는 북한과 미국 단독으로 하든지 아니면 다! 른 참가국들과 함께 하든지 반드시 북측의 핵포기와 동시에 북한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러시아의 입장입니다.
-문정인 교수 : 이렇듯 러시아와 미국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있군요. 비록 APEC 회담에서 미국이 입장을 바꿨지만 여전히 미국은 강제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먼저 핵포기 의사를 분명히 하면 미국은 그 다음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죠. 따라서 동시적 해결을 제안하는 북한의 입장과 단계적 접근을 고수하는 미국의 입장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다리 시모니아(러시아 이메모 연구소 소장) : 물론입니다. 이것이 북핵문제의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회담에 참가해서 대화하는 파트너끼리는 서로 동등하다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 북한이 실제로 핵포기를 할 것인지를 확실하게 하고 싶다면 이를 분명하게 명시한 문서를 만들고 첫 단계는 언제까지 그 다음 단계는 언제까지 완료할 것인지 그런식으로 확정해 나가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 전에 모든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것과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전적으로 포기한다는 내용에 대한 전체의 동의가 합의되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합의해 나가면 되는 것이겠죠.
-문정인 교수 : 이노구치 교수님. 일본정부는 동시적 접근보다는 단계적 접근을 선호함으로서 미국의 입장에 동의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정부는 특별한 전제조건을 달았습니다. 북한의 납치된 일본인 문제가 6자회담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일본의 대북한 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노구치 타카시(일본 동경대 교수) : 저는 참가국가운데 어느 한쪽에 관계없이 6자회담이 어떻게든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6자회담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쪽은 전제조건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쪽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등등 이런 얘기들 말입니다. 일단 우리는 이 6자회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해야겠습니다. 물론 회담과정에서 해결해 나가야할 근본적인 의견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긍정적 진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므로 여섯 나라의 입장차이에 대해서 너무 주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정인 교수 : 북핵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예전의 강경노선에서 협상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협상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6자회담 역시 또 다른 문제들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소위 적대적 무시 전략이라는 것인데요 이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봉쇄하고 정권을 바꾸고자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부 강경론자들은 협상 선상에서 군사행동 대안을 논의해야한다고까지 이야기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래그 대사님!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미국 대사) : 그러한 것들은 협상을 하기 위한 보조적 노력의 일환으로서 언급된 것이겠지요. 왜냐하면 힘과 외교는 서로를 적절하게 활용했을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모니아 교수께서 말씀하셨듯이 부시 행정부는 정말이지 너무 그 부분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해주지 않는다. 공갈에 무릎꿇지 않는다”는 말만 주문처럼 반복하는 것에서 어떻게는 벗어나야할 것입니다.
이 얘기는 일부 강경론자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북한이 1994년의 체결을 어기고 파키스탄과 함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생각하고 있죠. 이러한 부분이 미국과 북한이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논의를 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 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만 이야기하고 집에 가버리는 식의 이야기만 한다면 문제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시 행정부는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합니다. 6자회담 과정에 아주 열성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갈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나쁜 짓을 했으니까 북한측이 먼저 확실하게 핵포기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붙잡고 있을 것인지를 말입니! 다. 제가 보기에는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장애물인듯 싶습니다.
-문정인 교수 : 그래그대사님. 사담 후세인이 잡혔고 미국의 강압과 경제재재하에 모아마르 카다피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나 격리, 봉쇄정치에 통해 북한을 압박함으로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하지는 않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미국 대사) : 분명 부시 행정부 내에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던 세 나라 중 두 나라에 대한 결과에 상당히 만족해 하고 있을겁니다. 하나는 그 지도자를 끌어내버렸고 다른 하나 즉 이란은 사찰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똑같은 방식으로 강압적 접근을 시도하면 북한에도 먹힐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지만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쉽게 부서지지 않는 훨씬 더 단단한 곳입니다. 북한은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는 훨씬 더 엄청난 군사력을 갖고 있고 핵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압력을 가하는식의 방법은 북한에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시점에선가는 반드시 워싱턴과 평양사이의 지속적이며 실질적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언제 그것을 시작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문정인 교수 : 왕 교수님. 6자회담이 실패로 돌아가고 부시 정부가 협상을 통한 해결노력을 포기하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 무시전략으로 돌아서 버린다면 중국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나올까요? 이를 제재할까요?
-왕지쓰(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소 소장) : 중국정부는 북한에 대해 그 어떤 정치적 고립에 가하는것에 대해서는 매우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의 경제 제재를 하려는 그 어떤 방법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반대합니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중동의 리비아상황을 언급하셨지만 워싱턴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또한 정치권 분위기도 북핵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북한에 대해 성급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일부는 여전히 이 문제가 핵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 자체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시발점으로서 적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는 저 역시 그래그 대사님의 현 상황 설명과 제안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북한과 대화를 해 나감에 있어서 북한이 우리와 동등하다는 점에서 출발해서 얘기를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모든 참가국 특히 미국에게 요청하고 있는 안전보장문제에 대해서도 대답을 해줘야하구요. 시대는 미국편만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물론 시대가 북한 편만을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시대는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편이 되어줘야 합니다. 이것은 중국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6자회담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들이 6자회담을 위해 서로 협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문정인 교수 : 시모니아 박사님. 러시아정부는 중국정부와 비슷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생각되는데요 러시아 정부의 입장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선다면 다시 말해 핵실험을 한다든지 장거리 미사일발사를 시험한다든지 아니면 플루토늄을 방출한다든지 말입니다. 이럴 경우 러시아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노다리 시모니아(러시아 이메모 연구소 소장) : 우선 제가 낙천주의자라는 것을 밝힙니다.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군사적 대안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는 큰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사적 대안은 정말이지 재나이 될 것이며 이는 북한만 아니라 남한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미국이 북한을 장악하긴 하겠지만 이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를 상대로 승전한 것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알아야할 것은 아프가니스탄문제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탈레반이 여전히 그곳에 있고 빈라덴이 그대로 있습니다. 이라크 상황도 끝나지 않았구요.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격퇴하는 것만이 아니라 민주사회로 바꾸는 것이 그 목표였으니까요. 이건 수 십년이 걸릴 것입니다.
또한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지금도 문제가 있고 앞으로도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다시 북한 얘기로 돌아오면 북한의 경우에는 더 커다란 재난이 될 것입니다. 이라크침략 때는 이라크인들만 고통받았지만 북한을 공습하면 북한은 완전히 패하기 전에 남하할 수 있고 그러면 남한의 반쯤은 폐허가 되겠죠. 그렇게 되면 미군들도 많이 죽게 될 것이구요. 미국행정부의 사람들의 그런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좀 전에 문교수님께서 북한이 넘지말아야할 선을 넘어버린 행동을 할 경우를 물어보셨는데요 사실 북한이 유일한 핵보유국은 아닙니다. 인도도 있고 파키스탄도 있지만 아무도 여기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뿐이죠.
누구도 인도와 파키스탄을 상대로 군사압력 따위는 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볼 수 있고 이들도 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인도와 파키스탄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위험은 훨씬 더 큰데도 말입니다. 이것은 전인류에 대한 끔찍한 위협이 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다시 북한 문제로 들어와서 제 생각에는 북한의 지도자들이 절대 끔찍한 짓을 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단지 안전보장을 요구할 뿐이죠. 이는 매우 분명합니다. 저는 그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직접 듣고 읽어봤습니다. 그들은 진지하며 다른 주변국과 참여할 의지가 있음을 저는 확신하는 바입니다.
-이노구치 타카시(일본 동경대 교수) : 일본정부는 북한이 얘기하는 소위 안전보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소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전체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안전보장을 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이것은 일본정부 입장에서 볼때는 매우 염려스럽고 두려운 일입니다. 이것은 북한에게 핵능력과 핵무기 위협을 일본에 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줄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일본에게 불안감과 공포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일본정부 입장에서 볼 때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대해 안전보장을 해 준다는 것은 이러한 점 때문에 매우 염려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6자회담 참가국들이 이러한 일본의 걱정을 줄여주려는 노력없이 단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만을 논의하는 것은 일본 입장에서는 두려운 일입니다.
-문정인 교수 : 그런데 북핵상황에서의 진짜 문제. 특히 다자간 대북 안전보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봅니다. 서로간의 신뢰가 있다면 협상에 의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뢰가 없으면 협상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대화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서로간의 신뢰에 대해 그래그 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미국 대사) : 참 중요한 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는 매우 깊은 불신의 고리가 있습니다. 사회자께서는 다른 토론자들에게 북한이 넘지 말아야할 선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나는 개인적으로 부시 행정부 내에서 그런 선을 넘는 상황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도리어 부지행정보다 이전 클린턴 행정부에서 그런 얘기는 더 많았습니다. 우리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북한이 혹시라도 핵 또는 대량살상무기를 테러리스트 국가들로 반출시킬 소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런 문제가 발생해서 북한이 심각한 테러리스트 활동에 조금이라도 연루된다면 문제는 훨씬 위험해지고 그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한 번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지난 4월 북한은 핵 반출을 고려하다가 이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때때로 북한측과 연락을 주고 받는데요,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그들에게 그 어떤 테러활동에도 절대 연루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렇게만 해 준다면 그 선만 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보다 쉬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은 서로간의 불신의 골이 엄청나게 깊습니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들로부터 불가침 조약을 원한다. 당신들이 그러한 조약을 마련하는데는 하루면 족하다. 하지만 당신들은 우리에게 개방 및 사찰을 요구하고 핵프로그램 폐기를 바라지 않는가? 그러나 이를 원상복귀 시키려면 10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추가적으로 어떤 형태의 안전보장을 원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경제지원 등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증표를 요구하는 것이다“고 말합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의 이러한 주장이 상당히 합당하다고 여겨집니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와 얼마나 다른지 깨닫고는 충격을 받습니다. 조지부시 대통령이 외교정책에 있어 아버지 부시와도 무척 다른 것을 북한은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소위 지도력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왔기 때문에 이렇게 신속하게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자유사회를 다루는데는 익숙하지 못한거죠. 그래서 현 시점에서 북한은 미국을 매우 의심하는 동시에 몹시 두려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의 안전보장에 대해 더 매달리는듯 합니다. 협상을 하지 않고는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