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 이제 총선이 코앞으로 닥치자 재선을 노리는 국회의원들의 행보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음이 여러 군데서 감지되고 있는 듯 하다.
며칠 전 거의 한나라당의원들로 구성된 "주한미군 철수반대모임"의 130여명은 국회에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안 결사저지 성명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이유인즉 안보불안을 일으키는 정부의 결정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알려진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조금만 깊이 살피고 들어가면 전혀 현실감이 떨어지는 억지라고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가장 핵심적으로 이들의 주장에는 마치 미군이 기지의 후방이전을 원치도 않는데 현정부가 나서서 억지로 쫓아낸 것이란 말투가 담겨져 있다. 그와 같은 논리를 내세워 무엇보다도 소중히 다루어야 할 국가안보에 소홀한 현정부를 성토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진실을 왜곡한 거짓과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쯤은 웬만한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일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논의는 이미 노태우 정부시절부터 시작된 것이며,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미국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든 해외주둔미군의 재배치전략에 따라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일환 중 하나란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그럼에도 마치 현정부가 주도적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보복을 당하는 것처럼 몰아가려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층의 표를 노린 지극히 약삭빠른 정치쇼로 밖에는 달리 볼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그들의 주장처럼 국회에서 이전안 통과를 저지하기만 한다면 과연 미군의 한강이남 배치계획은 백지화될 수 있는 사안인지 당사자들에게 되묻고 싶다.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짊어져야 할 막대한 주한미군의 이전비용부담은 적잖은 멍에가 될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래서 미국이 이런 한국의 사정을 감안하여 이전 시기를 우리의 경기진척상황에 맞춰준다면 더없이 고마울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는 이미 불가능해진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미군의 존재가 여전히 필요한 우리로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겠는가?
부질없는 일임을 뻔히 알면서도 국민들의 감정만을 자극하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정치성 구호가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은 미국과 벌여야 할 막대한 기지이전비용부담에 대한 협상과 그에 대한 최선의 결과도출이란 것임을 그들 정치인들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어렵고 중요한 국가사안은 애써 피하면서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분명 어리석거나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우국충정에 의해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것이었다면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국에도 현실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나라는 모든 것을 잃고 마는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갑신년 새해에는 부디 진정으로 이 나라 정치인들 가슴속에 사사로움은 멀리하고 현명한 지혜로 나라를 위하는 과거 선비정신을 가슴에 새겨두는 무리한 기대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