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겨울이라고 말하기가 어색할 만큼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상이한 두 공기간 세력다툼의 결과 때문이라는 기상전문가의 해설이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바로 이 지구온난화현상으로 극점의 빙하가 매해 급속히 녹는 바람에 수십 년 안에 이로 인한 커다란 재해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보도마저도 있었다.
이처럼 거대하고 유구한 지구의 역사도 곳곳에서 수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반해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인간사에서는 좀처럼 새로움을 거부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기도 하다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경찰청 소속의 한 여경이 사석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시중에 떠도는 악소문을 동료들에게 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인사조치를 당했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실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제 아무리 시대가 흐르고 집권자에 의한 통치철학이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길들여진 권위라는 이름의 조직 습성이라는 사실에 새삼 씁쓸함을 곱씹게 된다.
없는 곳에선 나라님에 대한 욕도 허용된다는 표현에서 보듯이 절대권력에 대한 선인들의 일정한 관용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석에서 나눈 대통령에 대한 험담이 우연찮게 공개되었다고 해서 마치 커다란 불경이라도 되는 양 인사상의 불이익을 지우는 것을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의 국민들은 어떻게 해석할까?
청와대나 혹은 경찰청이 미리 알아서 대통령의 심기를 챙기려는 과잉 행정처분을 내린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일이다.
대통령의 권위와 체면을 세우기 위해 보필자의 충성심으로 취한 조치였다면 이는 참으로 큰 오판이며 실수일 뿐이다. 권위를 내세워야 할 때와 시기를 혼동하고 있는 어리석음은 오히려 대통령에게 누가 됨을 속히 깨달아야만 한다.
훌륭한 리더십의 발현은 반드시 지도자 개인의 탁월한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항상 어떡하면 지도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일에만 골몰하는 이들을 멀리하고 거슬리고 쓴소리를 즐겨하는 이들을 곁에 많이 두려할 때 비로소 국민을 깨우고 함께 하는 지도력이 생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