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측근중의 측근”으로 불리는 서정우 변호사가 검찰에 긴급체포 된 후 구속수감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 변호사의 혐의는 지난 16대 대선에서 150억에 달하는 LG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수수 등… 대기업에서 불법자금을 모집했다는 것으로, 그가 이 전 총재의 사조직인 “부국팀”의 부회장을 지내며 실질적인 운영을 해왔고, 대선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법률 고문을 지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사건에서 이회창 전 총재와 한나라당이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서정우 변호사는 이회창 전 총재의 8년 후배로 고교-대학-사법고시-법관의 인연을 가지며, 이 전총재와 주요현안에 대해 조언과 상의를 해온 상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대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사시합격후 판사로 투신하여 임용 당시의 순위로 승진이 되는 한국 법원의 독특한 인사규정의 확실한 관행을 따라 고등법원 부장판사라는 요직을 거쳤으며, 퇴임 후 법무법인 “광장”을 설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한국 법조계의 유력인사 중 하나였다.
이런 이유로 서 변호사는 한때 한국 법조계의 핵심인 대법원 판사의 물망에 오르기도 하였는데, 이런 그가 자신에게 닥친 LG그룹 150억 수수의혹사건에서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게 봐주기 힘들다. 법의 마지막 수호자 역할을 담당했던 판사, 그것도 법원의 주요 요직인 고법부장판사 출신인 서정우 변호사가 최소한의 직업적 윤리를 가졌다면,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자신이 불법을 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 도리이다.
서 변호사의 묵비권은 검찰이 주장하는 “007 영화 방식을 동원해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것”을 확실화 시키는 효과는 물론, 과연 한국의 법조계가 스스로 법 집행을 담당 할 만한 자격과 도덕성이 있는가? 라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이회창 전 총재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법원의 판결로 그 죄상이 드러난 “세풍”사건은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국세청 관계자가 이회창 켐프를 위해 불법자금을 모금하다 적발된 사건이다. 또한 이회창 총재는 한나라당의 전신 신한국당이 1996년 1,000억에 달하는 안기부자금을 빼돌려 총선을 치룰 당시 선대위원장 까지 지낸 사람이다. LG의 불법자금이 유입됐다는 2002년 11월 22일은, “세풍”, “안풍” 사건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않았던 때로, 과거의 잘못에 반성도 없이 불법자금에 연루된 이 전 총재의 모습은 우발적인 실수가 아닌 만성적인 상습적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이회창 전 총재가 지금 한나라당이나 조중동과 같은 수구언론에서도 백안시 당하는 고립무원의 어려움에 처 했다는 것을 알 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그 누구보다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온 필자로서는, 권력을 잃고 힘이 없는 이회창 전 총재의 상황에 동정마저 느끼고 있지만, 이왕 벌어진 일에 구차한 변명을 하는 것보다는 이 전 총재 스스로 결단을 내려 깨끗이 뒷마무리를 하는 용단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회창 전 총재에게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라 권하고 싶다.
1. 사건 진상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함께 검찰 조사에 자진해서 응하라.
-> 최돈웅 의원, 서정우 변호사를 포함한 측근들이 거둔 총 불법대선자금의 규모가 얼마이며, 누가 더 이 사건에 관여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라. 스스로 검찰 조사에 응하고, 이번 사건을 정치판을 자정 시키는 밑거름이 되게 한다면, 비록 단기적으로 사법처리라는 오명을 받을 지라도, 추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여지라도 남을 것이다. 만약 이 시점에서 “수사의 형평성”이나 “정치보복”을 이회창 전 총재 스스로 말한다면, 오히려 역풍만 발생시킬 것이다.
2. 냉전수구세력과 관계를 단절하라
-> 이회창 전 총재는 감사원장 시절 국민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적이 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이때를 기억해야 한다. 이 전 총재가 1996년 총선에서 냉전수구세력의 전위대인 신한국당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그 세력에 편입된 것은 일생일대의 실패라는 자각을 하기 바란다. 한때 냉전수구세력은 이회창 전 총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떠받드는 모습까지 보였지만, 현재 힘을 잃은 이 전 총재에게 그들은 냉정히 등돌리고 있는 상태며, 더 나아가 이 전 총재를 “속죄양”삼아 난국을 타개하려는 움직임 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자들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회창 전 총재는 지금이라도 냉전수구세력과 한배를 탐으로써 행했던 국민과 민주화-진보-개혁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행동의 오류를 인정하고, 냉전수구세력과의 관계 단절을 통해 새출발 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또한 권고할 사안이 있다.
1. 검찰은 이회창 전 총재를 즉각 수사하라.
-> 이미 한나라당의 SK비자금 100억 사건에 대해 관련자들이 사실확인 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한 상태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007 작전”을 연상하게 하는 LG불법자금 유입이 확실하다면, 검찰은 지체 없이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수사를 실행해야 온당한 것이다.
일반 국민과 이회창 전 총재에게 적용되는 법률은 다른 것인가? 아니면, 대법원장까지 지낸 사법부의 거물은 검찰이 손을 댈 수 없는 성역인가? 검찰이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수사를 기피하는 인상을 보인다면, 기피하는 정도만큼 검찰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을 거라는 건 명약관화한 일이다. 검찰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2. 한나라당의 대책회의에 대한 진상과 부국팀의 역할을 밝혀야 한다.
->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선거자금 모집을 위해 중진급 의원들이 모임을 가졌고, 그 곳에서 모금 대상 기업, 접촉대상, 금액등을 논의했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LG불법자금 150억도 최돈웅 의원이 먼저 전화를 하고, 서정우 변호사가 수령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에서 대선을 앞두고 선거자금모집 대책회의가 있었나?
참석자는 누구이고, 어떤 역할을 하였나?
사조직 “부국팀”은 어떤 역할을 했으며, 한때 35만의 회원 수를 보였다는 방대한 조직을 운영한 경비는 어디서 조달한 것인가?
등에 대한 확실한 진상을 파악하여 국민 앞에 공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