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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 상명대 일반대학원 음악학과 컴퓨터 음악..(퍼엄)

11월 28일 오후 6시,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음악학과 컴퓨터 음악 전공의 책임교수


로 재직하시던 고 이흥연 교수님께서 학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셔야만 했던 경악스


러운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종합관 5층 무용연습실에서 투신하셨으


며, 현재 시신은 세란병원에 안치되어 계십니다.











이미 간단한 언론 보도내용을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 유가족 일동 및 진상규명


위원회는 금번 사태가 한 개인의, 개인적인 이유에 의한 극단적 행동으로 비춰지는 것


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학내 행정에 대한 불만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단


순히 노교수님은 학과를 지키기 위해 그러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어려우시더라도 이번 사태의 진상을 꼼꼼히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저희는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과 존경하는 스승 한분을 잃었습니다. 그 슬픔이 얼


마나 큰 것인지는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나 저희는 그 슬픔


이 큰 만큼 이번 일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고인이 남기신 유


서의 내용 때문입니다.











고인께서는 총 6장의 유서를 남기셨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A4용지 6장에 써내려간 유서의 내용 중 가족에게 남기시는 글은


단 1장이며, 그나마 반 페이지 분량이 안 됩니다. 나머지는 모두 특정교수에 의해 붕


괴단계에 이른 학과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환갑을 이미 넘기신 노교수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실 때, 그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또한 어찌 가족의 걱정이 가장 앞서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러나 유서


의 내용은 처절하리만큼 공적인 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고인은 유서에 단 한가지를 부탁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께서 혼심을 기울여 국내 최


초로 대학원에 만드신 컴퓨터음악전공이 공정하게 대접받고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고인께서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셨습니다. 클래식을 전공하셨음에도


불구하고 1995년 당시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대학 내 실용음악분야에 혁신적으로 컴퓨


터음악전공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셨습니다. 늘 그렇듯이 처음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주변의 오해는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교수님께서는 뜨거운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


으로 동 과정을 탄탄한 궤도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현재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컴퓨터음악전공에는 재학생만 5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미 1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해 낸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실용음악 배움터입니


다. 졸업생의 상당수가 대학 강단에 서고 있으며, 가요, 영화음악, 드라마음악 등 실


무분야 최전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것이 궁극적으로 교수님께서


이룩하신 것이며, 그간의 고생과 헌신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고인의 유서 마지막 장에는 '해결이 될 때까지 시신을 치우지 말고, 장례도


치루지 말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무엇의 해결을 말씀하신 것일까요?











교수님께서는 절대 즉흥적인 감정에 목숨을 끊으신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


으실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냉철하게 직시하시고, 의연히 죽음을 선택하신 것입니


다.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었기에 목숨을 끊으셔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일


까요?











유서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장본인의 이름이 실명으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저


희는 특정인에 대하여 무분별한 비난을 가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유서에


언급된 인물에 대해서만큼은 진상규명을 위해 언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는 유서의 내용 중 같은 학과 겸임교수에게 남기신 유언 중 일부입니다.











'K교수가 -- (중략) -- 새로 만든 레코딩실과 영상음악실을 학부소유로 만들려고 하


고 있네. --(중략) -- 우리의 현 위치를 끊임없이 파괴하려 하고 있네 -- (중략)-- 내


가 얼마나 비굴하게 동료 교수한테 자존심을 모두 버린 것을...'











다시 한번 밝히지만, 저희는 특정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 의도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죽음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면서, 유서에까지 아무 이유 없이 특정인


에 대한 비판을 했을까요? 유서에 언급된 인물이 이번의 비극적 사태의 핵심적 책임자


임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언급된 인물은 끊임없이 본인이 학과장으로 임명된 학과의 세력을 넓히고, 음악과 안


의 컴퓨터 음악 전공을 무너뜨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증언하고 있습


니다. 고인께서는 K교수의 이러한 시도에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셨다고 하며, 결국 원


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상당한 재량권을 K교수에게 양보하셨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발단이 된 사건은 박사과정 신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고인께서


는 국내 최초의 실용음악 관련 대학원 과정 건립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장기적 안목에


서 박사과정 신설을 추진해 오셨습니다. 마침내 오랜 노력 끝에 박사과정 심사가 있었


고, 원만한 진행을 위해 K교수에게 전폭적인 재량권을 위임하셨습니다. 초기 신설되


는 과정인만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T/O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선(15명


지원에 10명 정도를 합격시키는 정도)에서 사람을 뽑자고 제의하셨다고 하며, K교수


도 이에 흔쾌히 동의하였다고 합니다. 고인께서는 오랜 시간 숙원하셨던 실용음악분야


의 석박사 전 과정이 완성되는 것으로 생각하시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다고 합니


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컴퓨터음악대학원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세력을 강화하기 위한 K


교수의 치밀한 작전임이 드러납니다. 갑작스레 심사위원단 구성에 변동이 생겼습니


다. 원래 구성안에 2명이 추가되었으며, 추가된 인물은 K교수가 학과장으로 있는 멀티


미디어학과의 재직교수였습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공정성


을 기해야 할 심사위원단 구성이 일개 한 교수에 의해 갑자기 변경된 것도 그렇거니


와, 음악학 박사 입학 심사에 음악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심사위원에게 심사를 주도하


게 했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참고로 K교수는 수개월 전 전임교수 초빙 심사과정에서


도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해당인의 지도교수를 심사교수로 선정하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았기에 학교의 원칙을 조롱하는 무소불


위의 힘을 거리낌 없이 남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경악스러운 상황이 박사입학 심사과정에서 발생되었습니다.











지원자 대부분의 증언에 따르면, 심사과정은 말 그대로 지원자에 대하여 최대한 모욕


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고인께서 만들어 놓으신 커리큘럼


에 대한 잘못된 점을 말해보라고 한다던지, 답변 여유를 주지 않고 계속 질문만 한다


던지 하는 몰상식하고 악의적인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는 공정한 선발을 위한 과


정이 아니라, 학과의 붕괴를 목적으로 한 치밀한 계산에 의한 행동임을 말해줍니다.











고인께서는 거의 자식뻘에 가까운 K교수에게 수년에 걸쳐 당해온 이기적인 대응과 모


멸감을 이기시고, 단지 학과의 발전을 위해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화해를 시도하셨습


니다. 전적으로 믿고 평생의 숙원사업의 마무리를 맡기셨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철저한 배신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학과 파괴 행위와 함께, 오랜 기간 노고 끝에 확충한 학과


보유 시설을 K교수가 학부의 시설물로 이전을 추진하는 등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졌습니다. (상기 내용은 유언 내용입니다.)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더구나 환갑을 넘기신 분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시면서 '이 사태가 해결


될 때까지 장례를 연기하라'고 하실 만큼이 되려면 어떤 마음이실지 이해가 되십니


까? 죽음을 선택하는 마지막 순간에 단 한사람을 지목하면서 비판한다면 그것이 과연


감정적 대응일까요? 유서 내용에서는 K교수에 대한 감정적 비난은 단 한 줄도 없습니


다. 상기 언급된 유서의 내용은 사태의 원인만을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유가족 일동 및 진상규명위원회는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호소합니다.











특히 언론에 종사하시는 분들게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이번 사태를 왜곡하여 고인을


욕되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고인의 숭고한 뜻을 욕되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미 학


교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두 아들이 박사과정에 떨어져서 학사행정에 불만을 품고 한


행동이다. 학사행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교수님의 두 아들이


박사과정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문하여 보십시오. 어느 아


버지가 이런 이유로 죽음을 선택하겠습니까? 박사과정 심사를 받은 전원이 모멸감을


참지 못하고, 중지를 모아 총장에게 E-mail을 보내 항의한 점만 봐도 그렇습니다. 더


구나 합격생들 또한 합격 여부를 떠나 파행적 심사 과정을 비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누군가에 의한 농간임이 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과 사태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 부디 현명하게 판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인께


서는 미안하다는 한마디 뿐, 냉정할 정도로 자제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셨습니다.











유가족 일동 및 진상규명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저희가 이번 사태를 통해 요구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고인의 유서에


언급된 고인의 유지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요구사항











고 이흥연 교수 진상규명위원회 및 유가족 일동은 작금의 사태에 대하여 학교측의 책


임 있는 해결 노력을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아래의 모든 요구사항에 앞서, 이번의 비극적 사태를 초래한 가장 원천적인 책임자


인 K교수를 당장 직위해제하여 사직 조치하라.











<장례 절차에 관하여>











- 근번 사태의 최종적인 해결 시점까지 학교 내 최소 2곳 이상에 분향소를 설치하여


고인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하고 분향소의 설치는 요구 사항의 완전 해결 시점까지


무기한 유지토록 하라.











- 학교장에 준하는 교내 노제를 이행하고 행사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에 적극 협력하


라.











- 4대 일간지에 고인이 학교에 공로한 내용을 담은 부음 공고를 게재토록 한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라.











<명예회복에 관하여>











- 고인의 죽음이 학교와 학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순직임을 천명


하여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라.











- 고인의 순직에 대해 학교 당국은 그 책임을 통감하고 유가족에게 이에 상응하는 피


해 보상책을 마련하라.











<진상조사에 관하여>











- 금번 사태에 대하여 K교수 외에 추가적인 징계 여부 조사를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


하여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그 구성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전 과정


을 공개하라.











<학과 존속에 관하여>











- 상호간의 무리하고 악의적인 학과 통합논의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학과명칭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라. 현재 특수대학원 내의 컴퓨터 음악 전공은 그 정체성에 맞추


어 뮤직테크놀러지 전공으로 명칭을 변경하라.











- 본 학과가 사용 중인 녹음실 등의 시설물들이 현행과 같이 전용으로 사용될 수 있도


록 보장하라.











- 고인의 자리를 대신하여 컴퓨터 음악 학과를 책임지고 운영해 나아갈 수 있는 2명


이상의 전임교수를 선임하라. 전임교수는 본 위원회 및 유가족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


수 있다고 추천하는 인물 중 1개월 이내에 선임하라.











<박사선발에 관하여>











- 불공정한 박사 선발과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원자 전원에게 빠른 시간 안에 재


시험 기회를 부여하라. 이를 위한 공정한 심사위원단 재구성을 위하여 본 위원회와 협


의하라.











<학사 일정에 관하여>











- 고 이흥연 교수님의 유고로 차질을 빚게 된 컴퓨터 음악 대학원의 2학기 학사 일정


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학교 측은 시급히 행정적 지원을 수행하라.











<합의 절차에 관하여>











- 추후 합의된 모든 사항들은 합의 각서 형태로 명문화하고 총장의 서명을 날인하여


변호사 입회하에 공증토록 하라.











<요구 답변에 관하여>











- 위 요구사항에 대한 학교 측의 공식 답변을 2003년 12월 3일(수요일) 오후 6시까지


총장 서명하에 문서형태로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또는 집행부에게 전달하라.























유가족 일동 및 진상규명 위원회는 금번 사태가 대학 내에 뿌리 깊게 자리잡아온 왜곡


된 학내 행정과 학교 발전은 뒤로 한 채 개인의 삐뚤어진 욕심으로 무리한 세력 확장


을 추구한 특정 교수/집단에 의한 희생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이에 우리는 학교 당국


이 이같은 비극에 이르기까지 사태를 방치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합니다.











만일 기한 내 답변이 없거나 그 내용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할 시, 유가족


일동 및 진상규명위원회는 학교측과의 협의를 즉각 중지할 것이며, 학교의 명예를 위


해 지켜왔던 모든 자제 노력을 중지하고, 학내는 물론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시켜 나가


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전력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2003. 11. 30











고 이흥연 교수님 유가족 일동 및 진상규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