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또하나의문화 17호 동인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출판기념회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급속한 사회변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튼튼한
옹벽 안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 시대 가족문화에
대한 반성적 접근이 진지하게 이뤄졌다고 합니다.
토론회를 주도한 조한혜정 연세대교수는
“이젠 가족관계보다는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가
더 문제다. 이 점에서 30, 40대가 키를 쥐고 있다"
라고 말했습니다. 전통적인 가족개념이 점차 허물어지
고 있으며, 그 의식적 변화의 주체가 30,40대라는
것 강조하는 발언인 듯 싶습니다.
과거 가족은 가족구성원간 '상호종속'적인 관계를
의미했지요. 대가족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을
테구요. 상호종속적 관계 속에서 여성의 존재는
그만큼 미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물론, 기성세대조차 더이상
여성은 이런 '상호종속적' 관계에 기꺼이 편입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요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여성학자 박혜란씨 표현대로 가정에서 가장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남성 조차 이젠 가정에 적극적으로 발을 끼어넣지
않으면 '탁' 튕겨나오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30,40대 경우는 또 어떤가요. 어떤 곳에도 머물지
못한 채 이 항구, 저 항구 떠돌아다니는 이른바 '나혜석'
같은 여성이 되지 않기 위해 결혼을 현실적인 기준에서
선택하고, 선택 이후의 삶을 감내하는, 그래서 그 이전
세대와는 표면적으로 별반 달라질 바 없는 삶을 꾸려
왔습니다만...
그러나, 앞으론 결혼이란 이데올로기와 가족이란
틀 속에서 더이상 자신을 타인에서 종속시키는 일 따윈
점점 거부되어가고, 그런 거부가 어쩌면 당연한 반란처럼
비치는 세상으로 달라져간다는 걸 체감합니다.
가족구성원간의 상호의존-의존이란 표현이 어쩌면
부적절할 수도 있겠지만-적 관계, 서로의 정서와 감수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관계...달라진 세상만큼이나 사람들은
이렇게 가족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지향해가고 있습니다.
'가족=운명공동체'라는 낡은 개념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의식과 감수성을 가진 개인들의 자율적인 스밈
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그런 의식적 틀 속에서
서로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할 지 고민하는 작업이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요구되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