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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영원히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해묵은 논쟁거리 중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질문은 제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기만 하면 단골로 꺼내드는 비유로 애용되고 있다.





지금 부안을 비롯한 크고 작은 민관간의 이해충돌이 빚어지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심각한 수준의 폭력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빌리자면 무정부상태에 놓인 상황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다. 한데 이를 지켜보고 있는 제3자의 입장에 놓인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충돌당사자들마저 폭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뜻을 내보이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당사자들 서로가 폭력의 원인이 서로 상대방에서 기인되었다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이다.





`네가 평화적으로 나를 대했다면 어찌 내가 네게 주먹으로 화답했을까?`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과거 80년대 중반 들불처럼 일어났던 민주화항쟁을 몸소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이 어려운 논쟁에 아직까지도 고개를 내저을지도 모를 일이다. 막상 시위현장에 서면 애초에 타도의 대상은 오간 데 없어지고 눈앞에 서있는 잿빛 차림의 무수한 전경들만이 처절한 응징의 상대가 되고 마니......


사실 그들은 시위대의 아들이었으며 형제였고, 친구였다. 그렇기에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의 비극은 바로 그런 기구한 운명에서 시작되었던 것임을 아직까지도 곱씹는다.





진정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21세기를 맞은 이 땅에서는 얼굴만이 서로 달라졌을 뿐 여전히 애초에 전혀 원한을 품을 이유조차 없는 서로가 피를 흘리며 안타까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립경찰병원의 한 의사가 부안군민 대책위원회에 제발 전의경들의 얼굴만은 때리지 말아달라는 호소의 글을 올렸다고 했다던가?


참으로 비극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는 과격시위가 먼저냐, 과잉진압이 먼저냐를 두고 여전히 불신의 장막을 거두려 하질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멀쩡한 사람들이 서로의 머리에서 피가 터지도록 할만큼 중요한 문제일지.......





분명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미화되어서는 안되며, 문제해결의 수단도 될 수 없기에 막아야만 하는 일이다. 또한 폭력이 난무하도록 방관하는 것도 역시 죄악일 뿐이다.


진실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 필시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서로가 신뢰를 바탕으로 룰을 지키는 방법을 택해야만 한다. 스스로 극단을 택해서도 안될 일이며, 또한 극단으로 내모는 환경도 사라져야 할 때가 됐다.


더 이상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부질없는 논란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닭도 계란도 함께 지킬 수 있는 방법에 서로가 타협하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