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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만들기, 그 즐거운 고통에 대해

매년 뉴욕타임즈는 세계 아동도서를 대상으로


`최우수 어린이 그림책(BEST ILLUSTRATED BOOKS)


10권을 선정해 시상해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2002년


류재수의 <노란 우산>이라는 책이 처음 상을 받았


었죠. 올해는 재미마주의 이호백씨가 쓰고 그린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미 신문지상에 짧거나


길게 보도되어 아는 분들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재미마주라는 작은 출판사의 이름은, 아동도서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라면 낯설지 않을 겁니다.


어린이도서의 스테디셀러를 꾸준히 내놓았던 그


출판사는 한 해 두서너권의 책밖에 펴내지 않는


다고 합니다. 그렇게 뚝심있게 제작된 책들은


만화와 게임에 지쳐있는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정신적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어제, 책을 만든 이호백씨의 아내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 역시 어린이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 캐리어우먼입니다. 책을 만들어내기까지


남편이 겪는 창작의 즐거운 고통을 10여년 넘게


지켜본 그는, 아직도 척박하기 그지 없는 아동도서의


열악한 시장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요즘엔


도서대여업체로 인해 서점에서 책을 골라 사는 기쁨


조차 아이들이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 여러모로


출판인들을 힘빠지게 한다고도 하더군요.





유아기를 지나 초등학생 대상 어린이도서 베스트셀러


가운데 상당수가 만화인 경우가 많지요. 영상에 익숙


해진 그들에게 참 편리하고 친근한 매체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만화를 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어린이 대상 만화책들의 상당수가 질적 수준


을 제대로 담보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그때 트렌드에 따라 얄팍한 정보와 이미지를


뒤범벅해놓은 책들을 서점에서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지요.





어린이들은 아름다운 그림과 글이 담긴 한 권의 책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갑니다.


그래서, 어린이 도서 출판인들의 작업은 더욱 소중하고


의미있습니다. 저 역시 방학기간 동안이나마 아이들이


책의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있도록 미리부터 서점을


답사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