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여고 진웅용 선생님의 부당파면 철회하라!
우리들은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중대한 과제를 함께 짊어지고 나가는 평범한 교사들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일부 사립학교 운영자들을 특권층이라 단정짓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 사회 안에서 온갖 편법과 탈법을 마구 저지르면서도 교묘한 논리로 위장하며 권력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들에 의해 붕괴되어 가는 교실에서, 자아 실현도 못하면서 망가져 가는 아이들 걱정으로 잠 못 이루며 고민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들은 분명 특권층입니다.
우리는 사대나 교대를 다니면서 혹은 교직을 희망하고 준비하면서,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고 배웠습니다. 우리는 교사자격증을 받아들면서 '사람을 키우는 일'에 있어서는 조금의 불순한 사심도, 이기적인 욕심도 없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또한 기꺼이 자신의 정성과 시간을 바쳐서 제자들을 훌륭하게 키우자고 그렇게 동료교사들과 함께 약속도 해왔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제자를 외면하지 말 것이며, 특히 제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제자의 고난을 막아야 하는 것이 교사의 도리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마음, 그 다짐에 대해 옳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교사는 아마 없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 여고에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사들이 바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또한 교육현장의 어려움들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자리에 계시는 교감이라는 분이, 자신의 허물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직접 제자를 퇴학시키는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설사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했던 제자라도 끝내 믿어주고 감싸는 것이 바로 교사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제 허물을 감추려고 제자의 앞길을 막아버렸습니다.
그 학교의 평교사 한사람이 이렇게 제자가 퇴학당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학교의 권력자인 교감에 맞서서 제자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의 구명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어이없게도 그는 학교측으로부터 파면을 당했습니다. 그가 파면을 당하기 전까지 저지른 잘못이라고는 오직 제자를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하며 뛰어다닌 것뿐입니다. 학생의 편에 섰던 그 선생님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보여준 모습들 그 어디에도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결점과 흠집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그 학교 당사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누구든지 이 사건에 관하여 그 과정과 속내를 상세히 알게 된다면, 일부 사학이 지금까지 보여준 수치스러운 행위들 중에서도 이보다 더 가증스러운 짓거리를 보지 못했다고 서슴없이 말할 것입니다. 이 사건이 진행되면서 드러난 - 관련 당사자들의 무지, 광기, 허위, 죄악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몸서리를 칠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이 누구이건, 이 땅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가 되어서 한 번만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사회정의를 바르게 가르치고,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 언제나 정성을 다해 애쓰는 교사와, 제 몫만 챙기고 자신의 살 길만 찾으며 학생들을 몰아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교사, 이 둘 중에 누가 댁의 자녀를 맡았으면 하고 바라십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제 배를 불리기 위한 목적을 갖고서 학교를 사기업처럼 운영하는 교육장사꾼들에게 아이들을 맡겨야만 하는 것입니까? 자율선택도 아닌 의무교육을 강요하면서, 왜 우리는 그들의 더러운 권력을 강화하는 공허한 가르침만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입니까? 진정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교과서에 밑줄을 치고,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해 아이들을 시험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 이 나라 교육의 지상목표라면 공교육은 다 걷어치우고 차라리 학원공화국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한 평교사의 일을 바로 가까이에서 보면서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어쩌면 저렇게도 처절히 짓밟을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한쪽에서는 사방으로 새어나가는 개인정보를 막기 위해, 학교에서라도 어떻게든 정보 인권을 지키기 위해 찬비를 맞아가며 길거리를 헤매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불법 노조 활동한다고, 시키는 일 안 한다고 몰아붙이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쪽에서는 퇴학당한 제자를 위해서, 그 학생 구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밤잠 못 자고 고민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그렇게 진심으로 노력하는 교사를 서슴없이 파면시키고, 정부에서 주는 교육공로상을 덥석덥석 받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인 것입니다.
그 교사를 파면한 이유 중의 하나가 '자는 학생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국가의 녹을 받으면서도 국정의 중요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마구 졸며 성의없이 참석만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종종 보았습니다. 아마 이 나라의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다들 그런 장면을 쉽게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국회의원들을 방치한 채로 회의를 강행한 국회의장님을 파면시킨다면, 아마 그 교사에게 내려진 파면의 이유도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봅니다.
어처구니없는 파면의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직접 발로 뛰며 학생이나 평교사의 어려움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도모하여 학교운영에 잘 반영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학교 경영자입니다. 그 학교 경영자가 넥타이에 양복까지 번지르르하게 갖춰 입고서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 꼴을 더 이상은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청소하며 어울린 것이 파면의 이유가 됩니까? 이렇듯 하나하나 따져서 열거하자면 그 불합리함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이 땅에 '교육 파괴'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교사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것만이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더불어 사는 사회의 미덕을 올바로 전달하는 길이며, 땅 속으로 곤두박질 친 이 나라의 정의와 도덕을 제대로 세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북부지회 한성여고분회
안효근 박상선 신재호 이광재 강경표 황인주 김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