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김장행사 준비로 무척이나 바쁜 가운데,
mbc에서 배추 선착순 150명 780원 행사하는 걸
찍겠다고 왔다.
보통은 촬영이 그 전에 협조를 구해서,
허락을 맡은 다음에 이루어지는데,
이들은 MBC 뉴스 경제부 기자라고
우리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당일 와서 양해를 구하면서 찍기 시작하였다.
뭐, 뉴스 기자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물론, 그럴 수 있다.
내가 기자라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촬영 의도를 물으니,
"하도 싸게 판다고 그래서, 그걸 찍으러 왔단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걸 찍는 것이었다.
나는 카메라를 막았다.
아주 화면에 내가 잘 나올 것이다.
(방송 다시 보기에 가서 보기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다시피,
일부분만 확대하면, 그건 사실이 되어버린다.
보여주는 사람의 의도 그대로 반영되어 버린다.
카메라를 든자와 카메라가 찍은 걸 그대로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는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카메라를 든 자는 그걸 두려워하지 않겠지만,
카메라를 당하는 자는 그걸 두려워 한다.
카메라를 든 자는 툭하면 "알 권리"를 대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내용은 이렇다.
롯데마트는 우리점 영등포점은 150명 선착순으로 780원 가격에
인당 배추 10포기를 팔기로 하였다.
분명히 150명 한정이라고 되어 있다.
무척이나 싸게 팔다보니,
고객들이 일찍부터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첫날보다 그 다음날 더 일찍 줄을 서고,
그 다음날 더 일찍 줄을 서고,
그러는 와중에, 새치기도 있었고,
그 와중에, 고객들끼리 스스로 약속을 하고 종이 쪽지에 번호를 적어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그것이 인정이 되느냐 마느냐의 다툼 등이 있었다.
그러면서,
일찍 와서 기다렸는데,
150명 밖이었던 고객들은 당연히 화가 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말 저런 말을 내뱉는다.
마지막 날은 새벽 5시에 나온 사람도 다반사였다고 하니까.(10시 오픈)
그렇다,
우리의 운용방식이 잘못되었다 하는 것은 문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옳지 못하다.
기업이 잘못하는 경우도 정말 많지 않은가?
그것이 MBC 라는 방송국에서 잘못했다고 외쳐될만한 것인가?
그런 사소한 잘못도 MBC 라는 방송국이 외쳐되야 하는가?
그러다보니,
엉뚱하게
MBC는 "수량을 적게 준비했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춘다.
롯데마트는 기업이다.
"물량을 적게 준비했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활동을 한다.
MBC는 1/3 가격에 준비한 상품을 얼마나 준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건가?
무작정 퍼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가?
MBC도 광고료를 무작정 낮게 해주지는 않을 것인데 말이다.
물량을 적게 준비했다는 것을
MBC 라는 방송국이 뉴스로 내보낼 만한 내용이었던가?
롯데마트의 자질을 의심해야 할 지, MBC 방송국의 자질을 의심해야 할지,
매우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매미의 영향으로 우리가 준비한 물량이 반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아래는 본인이 본 기자 이언주 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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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잘 보았습니다.
근데, 기자가 바보도 아니고,
뭡니까?
저도 서울대 경제학과에 나왔습니다.
논리적으로 얘기합시다.
저희가 물량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이 무슨 죄가 됩니까?
이번에 매미 때문에,
저희가 준비한 것의 반도 못 내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지로 그렇다고 할 지라도,
저희가 분명 150명 한정이라고 했고,
숫자를 속인 일도 없는데,
물량을 준비 못했다고 욕을 하다니요.
기자가 진실로 승부를 해야지,
뉘양스로 뭐 승부를 합니까?
뉘양스로 진실을 속이려 합니까?
어디 가나 불만은 있기 마련 아닙니까?
MBC에 대한 불만도 어디에는 있을 겁니다.
그 불만이 진실이 되는 겁니까?
이언주 기자님 저에게 빚 하나 지셨습니다.
이름 기억하겠습니다.
현실의 작은 일이 미래의 큰 일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요?
저는 이 글을 여러 게시판에 게시하겠습니다.
(뭐, 이 글 가지고 협박했다고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정말 그렇게까지는 생각지 않지만.)
아래는 방송 스크립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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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배추 쟁탈전 "배추가 뭐길래"
2003.11.20 :
앵커: 김장철을 앞두고 한 대형 할인장에서 배추를 시중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놨습니다.
하려면 좀 많이 할 것인지, 난리가 났습니다.
이언주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형 할인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고객들의 항의가 쏟아집니다.
인터뷰: 새벽부터 와서 줄섰거든요.
기자: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장 안에는 벌써 배추를 사려는 주부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새벽 너다섯 시부터 몰려든 사람들입니다.
인터뷰: 새벽 4시에 나온 사람도 있는데요.
인터뷰: 5시부터 이래요.
기자: 배추 한 포기에 780원, 2500원 정도 하는 시중가에 비하면 파격적인 가격입니다.
행사를 150명으로 한정하다 보니 고객들이 만든 가짜 번호표까지 나돌았습니다.
인터뷰: 처음에 직원들이 서 있을 때는 150번 안 됐었어요.
인터뷰: 고객들이 너무 많으니까 아침에 자기네들이 표를 만들어 와요.
기자: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백화점과 할인점들이 값싼 미끼상품으로 주부를 끌어들이기위해 벌어진 한 할인점의 풍경.
광고는 대대적으로 했지만 정작 수요는 안 돼 주부들의 원성을 사는 일이 다반사인 것을 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언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