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오답시비로 ‘얼룩’
[한겨레] 학원강사 경력 출제위원 ‘덜룩’
전문가들 "언어문제 정답잘못" 주장
지난주 치른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답 시비가 일고 학원 논술강사가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논란에 휘말렸다.
최권행 서울대 불문과 교수는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지난 5일 치른 수능언어영역 17번 문제(짝수형)의 정답은 평가원이 발표한 ‘③미궁의 문’이 아니라‘⑤실’”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 문제는 백석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미노토르의 미궁’에서 어떤 요소가 비슷한가를 묻는 질문으로, 최 교수는“미궁의 문은 나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괴물 세계로 들어가는 곳이기도 해 절대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이에 대해 “고향으로 가려는 목적을 가진 시인을 도와주는 ‘의원’은‘미궁의 문’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문학을 전공하는 어느대학교수에게 물어봐도 정답은 ⑤번”이라며 “문학전공자들에게 요청해 정식으로답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언어나 국어과목 입시전문가들도 상당수가 “⑤번이 정답에 가깝다”고말하고 있다. 대입용 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좋은책 관계자는 “수능 당일문제지를 보자마자 국어팀원들은 대부분 ⑤번을 정답으로 찍었다”며 “지문만보면 ③번을 답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화의 배경지식을 안다면 당연히 ⑤번이정답”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수능 언어영역 출제위원에 ㅁ 인터넷 입시학원의 논술강의를 맡았던 ㅅ대초빙교수 ㅂ씨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자격 시비가 일고 있다. ㅂ씨는 서양철학자칸트를 전공했으며, 언어영역 48~51번 문제의 지문인 칸트의 글 ‘세계시민의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은 ㅂ씨가 출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ㅂ씨가출제위원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는 수능에 칸트의 글이 나올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었다. 특히 ㅂ씨는 매우 유명한 논술강사였음에도 평가원은“강사 경력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혀 출제위원 선정에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도 출제위원진이 구성되기도 전에 출제위원 명단이 인터넷에 떠돌아한바탕 소동이 일었었다.
이에 대해 이종승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사전에 알았다면 ㅂ씨를 출제위원에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수능의 권위를 떨어뜨린 책임을 물어 평가원을 경고조처하기로했다.
(한겨레신문) 황순구 기자
2003년 11월 12일(수) 오후 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