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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움의 공동체`에서 벗어나기

우리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합니다. 비전투병을 파병할 것이라고


해놓고 미국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니 금새


태도를 바꿔 치안업무를 맡을 전투병을 파견


할 것이라고 합니다. 파병 후보지도 이라크 남부니


북부니 설왕설래되더니 북부 키르쿠크 등을


고려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요즘 정부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국민들의 파병 반대여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하면 미국의 기분을 나쁘게하지 않을까


눈치보기에 급급한 듯합니다. 미국의 막대한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약소국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더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만...





패전 이후 일본의 방향을 전망한 책을 쓴


카토 노리히로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전쟁을 거쳐 온 세계가 이렇게 더럽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더럽혀지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일까 ? 일본은 '더러움'을 통하여


20세기 후반 이후의 세계 보편성에 연결되어 있다.


1940년대에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가 더러운


패전국이 되고 말았지만 그 이후 '더러움'은


세계로 확대되어 지금 전 세계가 더러움에 뒤덮여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침략과 파괴, 죽음으로


물든 '더러움의 공동체'가 아니냐는 얘기지요.





그 더러움의 공동체에 들어가면 더이상 더러워


지는 일이 두렵지도 부끄럽지도 않으니


기꺼이 가입할 것을, 그래서 그 안에서 떳떳해질


것을 요구하는 세상입니다. 무엇이 선이고 악이고


따질 게재가 아니라, 힘있는 나라의 편에 서서


더러움의 공동체에 기여할 것...그래야 먹고


사는 일이 대대로 보장될 거라는 비정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거죠. 슬프게도 말입니다.





그 더러움의 공동체에서 벗어나는 일은 죽음을


각오한 용기가 필요한 선택일 겁니다.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한 나라의 정부가


그런 용기를 갖기는 쉽지 않겠지요. 어쨋든


파병과 동시에 우린 기꺼이 그 더러움의 공동체


에 편입했습니다. 자랑스러워해야할지, 부끄러


워야해야할지. 그건 훗날 역사가 냉정하게


평가해주겠지만 당장의 씁쓸함 만은 감출 수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