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위선이다.
- 용화여고 진웅용 교사 부당 파면 철회를 촉구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교육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학교의 붕괴를 말하면서, 혹자는 평준화 교육의 실패를 이야기하고, 또는 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등 교육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된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육 현장에 직접 몸담고 있는 우리 현직 교사들은 변해가는 교육 환경과 주변의 무관심과 몰이해에서 비롯된 오해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참으로 힘든 때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이웃 학교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주의 주장이 난무하나 모든 걸 제쳐두고 핵심적인 내용을 검토해 볼 때, 이번 사태는 도무지 교육 현장에서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번을 양보해서 학생이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학생을 지도하려 애쓰는 대신 고소라는 방식을 택한 용화여고 교감을 이해할 수 있는 교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퇴학 처분이 내려진 제자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동료 교사들이 아무리 맘에 들지 않는다 하여 명예 훼손 운운하며 역시 고소를 해대는 교감을 어찌 용납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더니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진웅용 교사에게 파면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다니.....
일반 기업체에서 회사 측이 노조 간부가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위협하고 회유하는 경우는 익히 들어왔지만, 그 경우에도 최소한의 형식과 내용은 갖추었다. 하지만 이번 용화여고처럼 누가 들어도 웃을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파면을 결정하고, 학교에 발을 들이면 다시 고소하겠다는 둥 협박까지 하는 경우는 익히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진웅용 교사의 신심을 믿는다. 진웅용 교사가 학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슴 속에 품고만 살았다면 그는 파면당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는 일신의 평안을 위해 침묵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으며, 결국은 파면의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이 땅의 40만 교사가 본받아야 마땅한, 그러나 참으로 따라하기가 힘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자세.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 속에서 일어난 세세한 일을 모두 거론하는 것은 지금은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학생을 사랑하고 아끼는 교사가 바로 그 이유로 파면되었다. 이것이면 우리 동료 교사들이 분노하고 떨쳐 일어서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주시할 것이다. 결코 침묵과 방관으로 저들에게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진웅용 교사에 대한 파면 조치가 철회되고 용화여고가 정상화되는 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같이 싸워나갈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우리 아이들 앞에 떳떳이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진웅용 교사에 대한 파면을 즉각 철회하라.
용화 재단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라.
정치권과 정부는 사학 재단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용화여고 진웅용 교사 파면 철회를 요구하는 고대부중 교사 일동
백승엽, 김영순, 안중섭, 허도영, 김정미, 반웅렬, 이만엽, 이용진, 정낙현, 최용석, 전종호, 오태경, 배선주 이상 1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