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사회는 참신한 사고와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획일화를 거부하고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사고체계에 근간한 아이디어 창출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회의 흐름이고 인재등용의 기초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속에서 아직까지도 다양성을 무시하고 상명하복과 획일화, 정체되어있는 썩은 물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의 교육체계요, 교육체계 중 사립학교요, 사립학교 중 으뜸은 용화여고입니다.
그나마 우리의 교육이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 땅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획일화된 체계 속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인간미를 보여주시고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제시해주고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계시는 선생님들. 이중에서도 남달리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쳐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 우리사회를 바르게 유지시켜 나가는 근원이고 발전시키는 토대를 마련하는 분들입니다.
용화여고 학생들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똘똘 뭉치신 선생님중 한 분이 진웅용선생님 이십니다. 학생 한 명이 부당한 이유로 퇴학당했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고 학생을 위해 용화여고의 교육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 외치셨고 학교의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하여 보다 나은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그 결과는 결국 파면.
닫쳐있는, 꽉 막혀있는, 썩어있는 학교는 옳은 것을 요구하고 바른 아이를 키워나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바른 것을 싫어한다고, 깨끗함을 싫어한다고 하여 그것을 요구하는 선생님들을 학교는 함부로 자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곧 교육을 죽이는 길이고 사회에 역행하는 것이며 진리를 외면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선생님들이 옳은 내용을 마음놓고 교육시킬 수 있도록, 학생의 가치판단의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고,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이루어 보다 나은 교육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허락해야 하는 것이고, 신분의 보장과 처우를 개선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땅의 교육은 바랄 것도 나아질 것도 없음이 분명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교육은 100년은커녕 10년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용화사태는 지금의 우리교육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안위, 체면, 권위를 위해 교육을 버리고 아이들을 위할 줄 아는 참 스승을 내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어찌 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목청 높여 외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죽어가는 이 땅의 교육을 바라보며 교육자로서 스승된 도리로 침묵하고 순응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직무를 져버리는 일입니다.
우리는 용화여고가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그 곳에 다니는 학생들이 살아 숨쉬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진웅용선생님 한사람을 위해 몸바쳐 싸울 것을 결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화여고가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것이고, 학생들에게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보람 있고 즐거운 삶인가를 진웅용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고, 우리의 교육과 사회가 결코 썩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껏 너무나도 많이 참아오며 살았습니다.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하며 살 것을 강요받으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의가 무엇인지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따져가며 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것처럼 순응하며 사는 것은 오히려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임을 분명히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교사로서 살아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학생들을 제대로 사랑하고 그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을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며 우리의 자리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그 자리엔 진웅용선생님이 있을 것이고 그 옆에 항상 우리가 함께 있을 것입니다.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북부지회 용문고등학교 분회
송후홍 최종원 최구호 남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