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능시험에 관한 최대의 이슈는
'난이도'였습니다. '난이도'는 곧 '변별력'으로
시험이 수험생들의 실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를 따지는 것이겠지요.
작년에 '난이도'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로
수험생들의 자살이 이어져 곤욕을 치뤘던 터라
올해 매스컴의 보도내용은 '지난 해와 비슷하다'
는 식의 애매하기 짝이 없더군요.
이렇게 매년 '난이도'에 관한 논란이 반복되는
건 수능시험의 목표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대학공부를 할 만하다는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건지
아니면 수험생 40여만명을 석차 순으로 줄을 세우기
위한 것인지...
명분을 아무리 그럴 듯하게 내세워도 결국
수능은 학벌사회의 서열화작업의 표준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들 남보다 한발짝 앞서 줄을 서려고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지요.
뒷 줄에 서게될 것 같은 두려움에 죽음을 선택한
학생들도 매년 몇 명씩 발견되는 비극의 관문..
하지만, 어쩌다 줄을 잘 서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해도 졸업 후 막상 갈 곳이 없어 헤매는 젊은이
들이 부지기수입니다. 40만명의 대졸인력을 수용할
만한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이겠죠.
고작해야 몇만명 정도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뿐입니다.
실컷 가르치고 배워놓고도 정착 사회에서 이런
인력을 수용해내지 못하는 교육의 비생산성...
모든 산업에 고른 투자가 이루어져 인력의 수혈이
활발해졌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의 돈은
부실기업을 수혈하거나 엉뚱한 곳에 지출되고
있는 형편이지요.기업들의 경우도 굳이 따질
필요 없이 비슷한 실정입니다.
이처럼 국가전체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안을
고작 수능시험 난이도로나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건 정말 어리석고 비생산적인 일입니다.
'수능시험 난이도'같은 작은 우물 속에서
헤매지 말고, 교육과 산업의 유연한 흐름을 위한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매스컴 보도도 그런
안목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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