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여고 진웅용 교사 부당 파면에 우리는 또 다시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는 비민주적인 사립학교법을 배경으로 사립학교 재단이 어떠한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용화여고는 설립자인 전 이사장의 장남이 이사장, 차남이 교감, 삼남이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전형적인 족벌학원이다. 교육청의 재정지원을 거부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부당하게 돈을 요구하는 등 불법과 편법으로 운영되어온 학교다. 뚜렷한 이유 없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22억 원이나 남겨 보관해 오다 작년 서울시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을 받고도 시정하지 않다가, 올해 7월에는 남긴 22억원 가운데 16억 4천 만 원을 학교건물 증축공사에 불법 전용한 학교다. 또한 2002년 서울시 교육청 감사 결과 1억원에 가까운 찬조금을 걷어 물의를 빚기고 했으며, 2003년 감사에서는 총 3,455만원의 불법찬조금을 걷은 사실이 밝혀져 관계자가 경고를 당하기도 하였다.
이 재단이 이렇게 많은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학교의 비리를 교육청에 폭로한 학생을 고발하고 이도 모자라 퇴학처분을 내리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를 시정하라는 진웅용 교사 외에 이원두, 송관의 교사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하였다. 이 재단이 이렇게 형제간의 족벌 체제를 구축해 학교의 제반 업무를 좌지우지하면서 후안무치한 전횡을 일삼을 수 있었던 것은 일방적으로 재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비민주적 사립학교법이 이 재단을 비호했기 때문이다. 또한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청이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이 재단의 탈법적 행동을 할 때마다 경고 등의 경미한 조처할 뿐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요구한다. 먼저 용화 재단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라고. 그리고 교육청은 문제를 직시하고 하루 빨리 감사를 하여 진상을 파악하라고.
용화 재단은 지난 10월 9일 드디어 진웅용 교사를 파면하기에 이르렀다. 진웅용 교사는 이 학교에서 수년 간 근무하며 참교육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온몸으로 교육 활동을 해온 유능한 교사다. 학기 중에는 활동 위주의 국어 수업을 위해 밤늦게까지 수업 연구에 골몰했고(전기요금 나간다고 빨리 퇴근하라는 웃지 못 할 박해를 받았다고 한다) 각종 연수로 방학을 채워나가던 가장 모범적인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이 재단은 허모 학생을 위해 학교 앞에서 집회를 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진웅용 교사를 파면하였다. 진웅용 교사의 파면 이유로 드는 것이 진웅용 교사가 여러 차례 학생들을 자게 내버려두었고, 여러 번 수업에 늦게 들어갔으며, 용의 복장 상태가 불량했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이유로 파면이 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가 능지처참을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용화 여고의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안타깝고 분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진웅용 교사가 불온한 재단과 맞서 외롭게 싸우는 모습에서 부끄러움마저 느낀다. 하여 우리 전교조 상명분회도 더 이상 이 사태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재단이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사립학교들이 이러한 구태를 재현하지 않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용화 재단과 교육청에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한다.
- 용화여고 재단은 진용웅 선생님에 대한 부당 파면을 즉각 철회하라.
- 용화여고 재단은 부당한 전교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 교육청은 용화여고가 지금까지 행한 모든 탈법적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감사하고 위법 사항이나 불법 사항이 있을시 책임을 물어 관선이사를 파견하라.
우리 상명 분회는 이 세 가지 사항이 실현될 때까지 진웅용 교사와 함께 열심히 싸울 것을 하늘을 두고 맹세한다.
2003년 10월 30일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북부지회 상명고등학교분회원 일동
이만철, 송영관, 이병두, 황은주, 제은숙, 조미현, 연정은, 고진숙, 홍근희, 노기원, 김윤진, 이병만, 김유현, 임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