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녀석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할로윈파티'라는 게 열렸다.
며칠전 학원에서 보낸 안내문에 할로윈 복장과
사탕을 들려보내라는 문구 때문에 한참 고민하던 중,
'배트맨'으로 분장하겠다는 아들녀석의 뜻에 따라
가면과 망토를 만들어 사탕 한봉지와 함께 따라나섰다.
학원에 모인 아이들은, 각양각색의 분장으로 꾸민 채
외국인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고 영어로 짧게 외쳐댔다. 아이들을 기다리던
엄마들은 난데없는 할로윈 복장을 마련하느라 쓸데없는
비용을 지출해야하는 상황이 난감하다는 표정들이었다.
과자를 한아름 안고 돌아온 아들녀석은 도대체 '할로윈'이
뭐냐고 따져 물었지만, 미국서 살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워낙 생소한 이벤트여서 '할로윈'의 정체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해줄 수 없었다.
발렌타인 데이에 이어 우리나라에 상륙해 급속도로
전염되고 있는 '할로윈'은 애초 고대 켈트인의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죽음의 신(神)
삼하인을 찬양하고 새해와 겨울을 맞는 축제라고 한다.
미국 어린이들의 축제로 유명한 이 날, 우리 아이들도
할로윈의 의미 따윈 제대로 전해들을 겨를도 없이
마치 꼭두각시처럼 미국 어린이들의 풍습을 그대로
따라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안타까왔다.
이러다, 7월4일 인디펜던스데이까지 기념하겠다고
하는 난처한 상황까지 발생할까봐 저으기 걱정스럽다.
'무조건 미국 따라잡기'의 부정적인 여파가 감성적,
지적으로 아직 채 여물지 않는 아이들의 생각까지
오염시키는 건 아닌지 곰곰히 반성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