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활동을 통한 자기실현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겐 다소 당황스러운
뉴스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뉴욕타임즈 매거진의 보도를 인용한
조선일보 뉴스가 바로 그곳으로 "능력있고 전도양양한
직장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승진을 포기하고 직장을
떠난다"는 내용이 바로 그건데요.
미국서 잠시 살아온 어떤 지인이 "미국에선 남편 연봉에
따라 부인들이 일을 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한다"고 귀뜸
해준 적이 있는 데다, 미국의 사교육 열풍도 우리와 비교
할 때 만만치 않은 수준이어서 그만큼 자녀교육에 대한
엄마의 헌신이 불가피하다는 걸 들은 적이 있어 그리
충격적이지도 새롭지도 않은 뉴스이긴 했습니다만,
아들과 어떤 차별도 없이 딸을 고이 키워 명문대에 진학
시켰지만, 결국 그 딸도 자기 자식의 교육을 위해 직업
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더욱이, 직장에서 승진할 대로 승진한 고위직 싱글여성들이
일로선 최선의 결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대한
만족감이 결여되어 결국 정자은행을 통해서라도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분석 결과를
염두해둘 때,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도 2세에 대한 모성적
집착(?)의 정도는 변할 수없는 모양입니다.
더욱이, 똑똑한 여성들조차 인생에 있어 진정한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개념을 재정립함으로써 성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만족과 균형, 맑은 정신이란 단어를 사용한
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하고 있습니다.
성공의 진실된 의미가 남녀간 완전히 다를 수는 없겠지만,
경쟁과 분노, 대립으로 가득한 직장에 헌신하기 보다는
자신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자녀와의 관계에 충실
하겠다는 여성들의 선택이 일견 타당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선택이나마 할 수있는 여성들은 적어도
먹거리 걱정에선 헤어난 중산층 이상이나 가능하겠지요.
당장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매일밤 대리운전을 뛰는 우리네
보통 아줌마들에겐 사치스런 고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직장에 다니든, 가정에 헌신하든, 정말 중요한 건 자기존중감이
살아있는 삶을 살아가고, 그로부터 충만함을 얻느냐의 문제
겠지요. 세상이 정해놓는 성공의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삶에 충실한 여성이야말로 비로소 영혼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지 않나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