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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류 감독 "아직 시간은 있다, 경질 논할 때 아니다"

또 하나의 '재신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다름 아닌 국가대표팀 감독 코엘류의 진퇴 운운.





베트남에 이어 약체 오만과의 충격적인 1:3 패배는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한국 축구 문화의 독특한 기질에 불을 붙였다. 벌써 스포츠신문과 일부 언론은 코엘류 진퇴 논란을 강력한 의제로 설정하고 있으며, 축구협회는 대표팀이 귀국하는 대로 감독 진퇴를 중심에 둔 회의를 예고하고 있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우선 히딩크의 '오대영'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이번에 맞붙은 상대는 프랑스나 체코 같은 강호가 아니라 피파(FIFA) 순위를 적기도 쑥스러운 약체라는 점이다. 베트남과의 0:1 패배는 '우연의 미학'이 때때로 승패를 좌우하는 축구의 특성을 감안하여 봐줄 수 있었지만, 오만과의 1:3 패배는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주목할 만한 근거는 코엘류 감독이 보여준 그동안의 축구 스타일과 그 전적이다. '4-2-3-1'이라는 생소한 스타일이 한국 축구에 부합하느냐 하는 원론적인 문제제기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선수들, 완급 조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기 운영, 우연히 건져 올린 몇 개의 골들, 그리고 허공으로 날려버린 어이없는 찬스들. 오만으로부터 날아온 충격적인 패전 소식은 이러한 과정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코엘류에 대한 재신임 논란은 너무 성급하다. 감독이라는 고독한 자리를 심정적으로 배려하자는 말이 아니다. 굳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면 대표팀 운영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걸고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감독 한 명의 목을 자르고 그 자리를 누군가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이 혼란하고 어수선한 '정국'을 헤쳐나갈 수 없는 문제다. 그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누구도 그 경기를 본 사람이 없다. 약체와의 예선전이라는 낮은 비중 때문에 텔레비전 중계가 없었다. 아무도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승패의 결과만 알고 있다. 문자로 전송된 경기 내용이 전부다. 실제로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감독은 전술적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용감하게' 진퇴를 운운하는가. 문자 중계된 축구 경기로 무엇을 판단한단 말인가.








일반 축구팬 뿐만 아니라 축구협회조차 누구 하나 경기를 본 사람이 없다. 협회의 비디오 분석관이나 기술위원 가운데 단 한 명도 현지에 가지 않았다. 부랴부랴 오만 텔레비전의 녹화 테이프를 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어떻게 되든 이기면 자리를 보전하고 무조건 지기만 하면 잘려야 하는가. 축구란 그렇게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둘째, 코엘류는 자기만의 '정책과 비전'을 실현할 만한 사정 속에 있지 않았다. 흔히 히딩크와 비유하는데 히딩크는 '월드컵 주최국'의 온갖 배려를 받았다. 반드시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히딩크는 '월드컵 열망'에 따라 원하는 선수를 마음대로 선발하고, 장기간의 해외 원정도 다녀왔다. 그는 손발이 척척 맞는 네덜란드의 코치진과 기술진까지 데리고 왔다.








그러나 코엘류는 혼자 왔다. 더욱이 이번 예선전에서는 박성화 코치가 청소년팀 관계로 동반하지도 않았다. 협회의 기술위원도 따라가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말해 감독과 통역원, 그리고 급조된 선수들이 원정 길에 나선 것이다.








세째, 같은 맥락의 말이지만 축구협회는 코엘류가 원만하게 대표팀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가 대표팀과 프로 리그의 관계 설정이다. 이번에 수원 삼성을 물러나는 김 호 감독은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대표팀 차출 때문에 제대로 선수 구성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 반대편에서 코엘류 역시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경기를 이틀 앞두고 소집할 뿐이었다. 딜레마다.








해법이 필요하다. 프로 감독들과 코엘류 감독의 대화 자리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다이 다이'로 붙어서 해결할 문제인가. 역시 타협과 조정과 운영의 책임은 협회에 있다. 해외파 9인을 전제로 한다지만, 그래도 프로 리그의 스타와 흙 속의 숨은 진주를 찾아내야 할텐데 그러한 기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코엘류 재신임. 예고된 사건이다. 월드컵 4강과 히딩크 '신화' 직후 국내의 어느 감독도 대표팀 자리를 맡을 의사가 없었다. 한두 경기만 지면 '역적'이 되는 상황 아닌가. 사실 앞으로 그 누구도 '월드컵 4강'이나 그에 흡사한 전적을 달성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 자리를 포르투갈의 이방인이 앉았다. 그런데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만약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면 코엘류가 처한 이러한 조건을 함께 붙여야 한다. 대표팀 운영과 관련된 제반 사정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해 제반의 조건을 재조정하여 좀더 치밀하고 안정적으로 코엘류식 축구를 접목할 수 있는 계기가 좀더 주어져야 한다.








코엘류 감독의 임기는 내년 8월 말이다. 그러니까 2006년 독일 월드컵과 코엘류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올림픽 역시 코엘류와 무관하다. 내년 7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회가 코엘류 체제의 '목표'인데, 이에 대한 일반적 관심은 매우 낮다.








월드컵 4강의 짙은 그림자는 아시안컵 대회를 '그저 그런' 대회 가운데 하나로 여기게 만들었다. 이제 그런 '거품'부터 제거해야 한다. 아무리 국가대표팀의 최종 목표가 '월드컵'이라지만, 오직 그 대회만을 위해 대표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무엇보다 코엘류는 백지 상태에서 새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9명의 해외파가 대전제이기는 하지만, 원점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그려야 한다. 국내의 노장 선수들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이젠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도 8개월이 흘렀다. 옥석도 가려야 하고 자기 축구에 맞는 선수도 추려야 한다. 월드컵 후광을 입은 '해외파'에 대한 사전 배려나, 산전수전 다 겪은 '국내파' 노장에 대한 재확인 대신, 우선 시급한 것은 신진기예에 대한 철저한 현장 확인이다.








현재 우리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신구의 세대 교체를 꿈꿀 수 없다는 점. 제2의 황선홍, 유상철, 홍명보를 발굴하고 키워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코엘류 감독은 현재의 신진기예를 더욱 다듬고 숨은 진주까지 발굴하여 한국 축구의 차세대층을 튼튼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일을 하는 것이다.








승패는 나중 일이며 더욱이 재신임은 그때 가서 물어도 늦지 않는다.








"아직 시간은 있다, 경질 논할 때 아니다" 전문가 3인의 시각 이용수 KBS 해설위원








"체계적인 훈련을 할 기회가 없었다. 사실 감독들은 선수를 훈련시키면서 정신자세·태도·전술 이해 등을 함께 지도하는데, 그런 기회가 코엘류에게는 없었다.








물론 약한 팀에게 연패를 했다는 것이 감독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질 운운할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년 8월까지 계약 상태이고, 실질적인 평가는 내년 7월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받아야 한다. 지금의 전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빠르다. 좋은 방법도 아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








"먼저 정신적인 요인을 패인으로 들고 싶다. 정신력 나태가 보인다. 인적 자원도 풍부하지 않다. 전술적으로는 수비진의 허약함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수비진은 장신들이 많은 반면 스피드와 순발력이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대인마크가 취약하다.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는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엘류 감독이 자유로운 팀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좀더 집중도를 높힐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코칭 스태프를 보완하는 등 원인부터 분석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허정무 전 국가 대표팀 감독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 상대가 약체라서 방심도 했고, 프로리그 하다가 지친 상태에서 소집되어 원정한 탓도 있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약체라 해도 과연 협회의 기술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정보 분석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긴급 기술위원회를 연다는데, 감독 한 명을 경질 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의보다는 좀더 근원적인 분석과 보완책을 논의하는 자리여야 한다.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판단보다는, 정말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마련해 줬는가 하는 점을 따져야 한다. 그 속에서 감독의 지도력도 짚어보는 것이다. 아직 경질을 논할 때가 아니다." / 강이종행 기자 /정윤수 기자 (prague@naver.com)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정윤수 논설위원은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와 위성채널 스카이KBS의 축구 해설위원을 지냈습니다.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 걸쳐 기획·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