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미술계엔 민중미술의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예술의 정치화현상이 비단 미술계 뿐이었겠냐만,
당시 신학철씨의 모내기 그림이 이적 시비에 휘말
리는 등 민중미술에 대한 탄압도 만만치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민중미술의 이론적 뿌리를 제공했던 영남대 교수
김윤수씨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취임했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민중미술 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미술에
관한 많은 논문을 냈던 그의 학문적 성과가 칠순을
얼마 앞둔 이제서야 인정받게 되었다는 다행스러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볼 때 그가 국립현대미술관
의 비전을 제시할 만큼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선
아쉬움도 없지 않다. 최근 문화예술계에 이슈가 된
문화예술관련 기관장의 편향적 인사의 흔적이 여기
에도 묻어나지 않나 하는 그런 염려를 지울 수 없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다양하고 선진적인 예술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국립현대미술
관의 기본 업무라는 점에서, 좀더 신선하고 날카로
운 감각을 소유한 인물을 기대했던 미술계 사람들
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인선일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해본다.
다만, 김윤수 관장이 취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학예연구사 층을 탄탄하게 다지는 작업을 하겠다는
그의 포부엔 미술관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낸
날카로움이 엿보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그의
활동에 대한 미술계의 기대도 클 것으로 생각된다.
대중과 함께 있되 대중의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도약이 그가 관장으로
있는 동안 구체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