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문명이 타락해가고 있다는 증거는 새삼 강조하는
일이 번거로울 만큼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그중 가장
명확한 증거는 바로 이스턴 런던대 몬비오트 교수의
지적대로 "생명을 지속시킬 수 있는 돈과 생명을 앗아가는
돈 사이의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라크에서 겪고 있는 식량과 에너지, 물 부족
현상 역시 생명을 앗아가는 돈의 파괴적 결과나 다름
없습니다. 이라크인들은 자신들 생존의 밑천이었던
대규모 송유관을 폭파시키며 미국에 저항하고 있다
고 합니다. 미국 수중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석유 한
방울 캐지 못하는 상황이 낫다는 그들의 분노는
전쟁이 끝난 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하늘을 찌
를 듯 거세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선진국 국민들인들 생명을 지속시키는 돈과 생명을
앗아가는 돈 가운데 전자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만, 갈수록 탐욕스러지는 군수산업 자본
은 사람을 죽이는 신무기개발에 돈을 쏟아붓는 데
여념이 없으니, 그 돈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는
것이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인도주의적 전쟁'을 치른다고 주장하는 미국과 영국
두 정부는 세계의 빈국들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와
재앙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꽤 많은 시일이 지닌 아프가니스탄
의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유엔은 아프가니스탄 재건
비용으로 최소 1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
다만, 부시는 아프가니스탄 지원기금을 예산안에
넣어야한다는 사실 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폭격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45억에 달했습니다.
서구문명이 더이상 타락의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선 생명을 위한 돈과 생명을 죽이는 돈의 이 심각
한 불균형을 반성해야 합니다. 생명을 죽이는
돈의 부도덕성과 비인간성을 냉엄하게 인지하고
생명을 위한 돈의 쓰임새와 액수를 확대해나감으로써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범했던 수많은 오류와
잘못을 씻어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