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출신 한나라당 저격수들 낙선운동할 것"
[인터뷰] 동아·조선 취재거부 선언한 KBS PD협회 이강택 회장
KBS와 한나라당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KBS PD들은 총회를 열고 동아·조선일보에 대한 법적 대응, 취재거부, 구독금지 등의 조처를 취하기로 결의했다.
KBS PD들이 이처럼 강경 대응으로 나오게 된 것은 조선·동아일보가 보도한 KBS 관련 기사가 '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7일 동아일보가 사회면에 보도한 '김일성 시계' 건은 KBS 예능·드라마 PD들마저 강경 대응으로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S PD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택 회장을 만나 결의 배경과 구체적인 대응 방침 그리고 향후 대책 등을 들어봤다.
-결의문 내용의 강도가 세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제(8일) 오전에 열린 PD총회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는 것이다. 70여 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PD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경우다."
-강경대응을 결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를 말한다 - 돌아온 망명객>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최근 KBS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보도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김일성 시계'건을 다루면서 마치 KBS가 친북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처럼 보도한 지난 7일자 동아일보 기사는 PD들의 '공분'을 자아내게 했다. 어제 PD들이 참석해 시사회를 가졌는데 '친북은 무슨 친북인가. 전체적으로 북한을 조롱하는 반북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마저 친북으로 몰고 가는 동아일보를 우리는 언론으로 상대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대응 방침은.
"KBS 내 각종 협회들이 공동으로 연대 성명서를 오늘(9일) 낼 계획이고 노조와 각 협회들이 연합해 전사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그리고 결의문에도 나왔지만 동아 조선일보 기자들의 취재는 전면적으로 거부할 생각이다. 전화취재까지 포함해서. 그리고 이미 PD협회 차원에서 비대위를 구성했다. 4개 분과(기획홍보분과, 조직분과, 법률구호분과, 대외연대분과)를 통해 조직적인 대응을 해 나가기로 했다. '김일성 시계'건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고 앞으로의 왜곡보도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해 나갈 생각이다. 회사차원에서 도 법적 대응을 하라고 요구하겠다. 하지만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비대위' 차원에서 단독으로라도 소송을 낼 것이다. 법률구호분과를 만든 것은 이런 이유다."
-해당신문 구독금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일선 제작 부서에서 참고용으로 구독해왔던 동아·조선일보를 모두 구독 금지하기로 했다. 지금 KBS 내에서는 각 부서별로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데 우선 제작 부문부터 할 방침이다. 그리고 조만간 홍보실을 비롯한 KBS내의 모든 부서에 들어가는 동아 조선일보의 절독을 사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생각이다."
-예능이나 드라마쪽에서는 그래도 '홍보'가 필요하지 않나.
"예능이나 드라마 PD들도 상당히 격앙돼 있다. '김일성 시계'건을 봐라. 앞으로 동아·조선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확산될 것이고 이런 분위기는 내년 총선까지 갈 확률이 매우 높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이제 전면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통한 대응방침도 밝혔는데.
"보도국 기자들은 뉴스나 <미디어포커스>를 통해 한나라당의 근거 없는 비방이나 동아·조선의 왜곡보도를 감시해 나갈 계획이고 기자협회와도 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라디오는 이미 실행단계로 들어섰다. 뉴스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보도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한 대응은 현재 고민 중이다. 좀더 논의해 봐야 하지만 한나라당과 동아·조선의 왜곡보도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신문개혁이나 정치개혁,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면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개혁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이 한나라당이 색깔공세를 전개할 수 있는 배경이고 동아·조선 왜곡보도의 존재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마디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술 아닌가. 현재의 정치구도로 봤을 때 한나라당 입장에서 '잘하면' 사실상의 공동집권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른바 '정연주 체제의 KBS'는 한나라당이 보기에 유력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KBS와 정연주 사장에게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나라당과 동아·조선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 사장을 몰아내는 것이겠지만 '낙마시키는' 것에 실패한다 해도 'KBS 내 개혁세력의 위축'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들'로서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갈등이 장기화 될 것 같다. 추후 검토하고 있는 방안이 있다면.
"약간의 굴곡이 있겠지만 전면전 구도는 내년 총선까지 간다. 때문에 시민단체를 비롯해 조아세 등 동아·조선일보에 비판적인 세력과의 연대 방안 또한 강구 중이다. 그리고 동아·조선일보 구독금지를 확산시키는 운동에 동참할 생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이른바 '한나라당내 KBS 출신 저격수'들에 대한 낙선운동이다. 이건 반드시 한다. 이들이 지금까지 보인 행태를 보면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가 없다. 낙선운동으로 반드시 연결시키겠다."
기사입력 : 2003.10.09 10:50:05
민임동기 기자 gom@mediatoday.co.kr
방송위원회와 KBS MBC SBS를 출입하고 있으며 분수(?)에 맞지 않게 미디어오늘 방송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박한' 꿈이 있다면 호주제가 폐지되기를 바라는 것 그리고 양성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가 생각하는 사고와 행동이 삶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 속에서 존중받기를 바라듯이 현재 주류에서 소외됐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으로 분류되고 있는 <소수자들>의 인권 또한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