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양에서는 남북이 함께 하는 '류경 정주영 체육관' 개관식 기념행사들이 막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측에서는 현대아산이 주도하에 SBS가 주관방송사로 참여해서 남북화합을 이끈 뜻깊은 자리였다고 평가해야 할 일이었다.
이번 행사가 지닌 의미를 짚어보자면 제법 큰 화젯거리가 될만한 이벤트였음에 틀림없지만,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 불어닥친 북핵문제나 송두율교수문제 등으로 인한 대북냉전기류에 부담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SBS의 전반적인 중계보도태도는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내부사정이야 어찌되었든, 남북상호간에 이해를 증진시키고 화합을 도모하는데 적잖은 성과가 있었던 행사였다고 자부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사실 그 동안 우리사회는 남북화해에 대한 필요성은 줄곧 제기되어왔으나, 정작 남북한 주민들간에 존재하고 있는 문화적 이질감과 같은 현실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 실례로 지난 하계 대구U대회 기간 중 북측 여성응원단들이 자신들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을 보고 오히려 분노하는 해프닝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답답한 이질감에 어이없어 했던가.
지금 우리는 통일에 대한 무조건적인 염원에만 치우친 나머지 통일이후에 문화적 괴리에 따른 필연적인 남북갈등문제까지는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까닭에 이제는 대중문화의 전도사 구실을 하고 있는 우리 방송이 나서서 남북이해를 돕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때라고 본다.
낯선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대중예술이나 스포츠만큼 유용한 도구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어제 SBS가 8시 뉴스를 통해서 발표한 개성에 방송센터건립을 협의 중이며 북측 담당자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는 소식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남북문화교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성과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폐쇄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획일적인 가치관만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북한주민들이 다양하고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가 녹아든 우리의 대중문화를 처음부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거란 기대는 분명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접할 기회를 갖다보면 얼마안가서 반드시 그들도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져본다.
때로는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전염성이란 속성을 띤 문화의 폭발력이란 사실을 이미 여러 경우를 통해서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번 행사의 의미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일이 없길 바라며 SBS를 비롯해서 많은 우리측 문화단체가 북측과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서 상호간 정서적 이해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