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심세력이 정부내에 있다고 확신한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송두율씨를 정부가 나서서 위장 잠입시키려 했다" "그 배후와 의도를 다 수사하면 내가 말한게 드러날 것이다"
지금 열거한 이 문장들은 인터넷에 무기명으로 떠도는 문장이 아닙니다.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이 오늘 공개적으로 말한 내용들입니다. 정의원이 지적한 '배후'라든가 '의도'가 청와대와 국정원, 법무부 핵심관계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커다란 파문이 예상됩니다.
송두율교수사건을 놓고 이념적 갈등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 일부의원이 이를 활용해 '이념적 파상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지난 2일 문광위의 KBS국감현장은 1950년대 미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매카시즘의 악령이 살아난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한나라당 의원들들 이자리에서‘간첩활동 미화’ ‘이적행위’ ‘이념선전’ 등의 선정적용어를 사용하며 정연주사장에 대해 대대적인 사상공세를 펼쳤고, 정 사장은 “근거를 대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해 가히 '사상검증청문회'를 방불케 했다는 전언입니다.
한나라당은 한국방송의 일반업무보고를 중지시킨채 오직 정연주사장에 대한 공격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 9월27일 방영된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의 편향성 문제와 정 사장의 간첩사건 연루설이었습니다.
이원창 의원은 “ 정사장이‘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의 황인욱과 함께 간첩행위를 한 혐의가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뒤 그 증거로 '정사장을 내사했다는 검사들의 증언, 93년 관련기사를 다룬 조선일보 ㅈ 아무개 기자의 증언'등을 들이 밀었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이렇습니다. 남한노동당사건으로 구속중이던 황인욱씨가 "안기부가 현재 간첩혐의를 두고 추적중이니 행동에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캡슐을 교도소밖으로 전달하려다 발각되었는데 조심해야할 사람중의 하나로 정연주사장이 지목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을 놓고 이원창 의원은 "황인욱과 함께 간첩활동을 한 사람들이 거론됐다"면서 " 그 중 한 사람이 정 사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이원창의원은“당시 기사에는 캡슐에 든 지령문이 사진으로 증명돼 있는데도 법무부와 서울지검 공안부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정연주사장의 간첩행위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하였습니다.
정연주사장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이 의원의 질의서에 ‘정연주가 간첩단 사건 핵심인물인 황씨와 같은 노선을 걸어온 사람’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무슨 뜻이냐”고 역공을 펼쳤고. 이 의원은 “질의서에 그런 말이 있지만 내가 실제로 질문하지는 않았다”고 한발짝 물러섰습니다. 이 의원은 또 간첩단 연루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못한 채 “쪽지에 이름이 나온 것은 사실 아니냐”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쪽지를 썼다는 당사자인 황인욱씨는 이날 한국방송공사 홍보실을 통해 “(나와 한번이라도 만났던) 사람들이 우려돼고 안기부의 역공작 위험성도 있었기 때문에 함운경, 정연주씨 등이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쪽지에) 거론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 의원을 만나는 것은 물론, 관계기관 조사에도 응하겠다”고 밝혀 이원창의원의 색깔론 공세는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송두율 영웅화라고 매도되었던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경우도 송교수 출연 부분은 10분여밖에 되지 않을뿐만아니라 '영웅화'도 아니었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그러나 국감장의 헤프닝은 단순히 헤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이 '정사장 간첩사건 연루논란' "코드방송 이제는 지겹다' "정교수 사상편향 논란" 등등의 수구적 이념공세를 당분간 멈출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북정상이 평양에서 회담을 열어 만나고 경제교류를 비롯한 남북민간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산가족 만남, 관광등으로 수많은 남측 사람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현실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이념공세는 차라리 낯설기만 합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이념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과거에 얽매어 어거지'색깔론'으로 공세할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성숙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