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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털장관과 임명권자의 균형감각

중국 전한(前漢)시대 때 군평이란 사람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이다."


말이 지니고 있는 파급효과를 경계하여 언동에 신중을 기하라는 훈언(訓言)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연이은 돌출발언으로 무리를 일으켰던 최낙정 해양수산부장관이 결국 취임한지 14일만에 전격적으로 경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군평이 남긴 짧은 글에 담긴 의미를 잠시나마 새겨볼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혹시 피할 수도 있었을 불상사는 아니었을까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사실 최낙정 전(前)장관의 경우는 해양수산부차관출신의 정통관료였기에 그동안 정치인출신들의 입각으로 빚어졌던 행정운영의 비전문성에 따른 난맥상을 상당부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인물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던 터라 그의 낙마에 안타까운 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업무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기에, 굳이 입에 올리지 않아도 될 말을 새털 만치 가벼이 쏟아내는 바람에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너무도 중요한 국정업무는 제대로 임해보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물러나고만 상황이라 더욱 난감하게 보일 뿐이다.





국정처리를 하는데 있어서 관료의 인품이 부족하다는 것도 결격사유가 될만한 일이기에, 임명권자의 판단과 주어진 권한에 의해서 해임을 하는 것 역시 정당한 권리의 행사로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장관경질이 예상보다 신속하게 처리된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지난 번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의 해임안 처리 때 보여준 노대통령의 태도와 비교해보면 균형감각에 대한 약간의 의문을 갖게 만든다.


물론 최 전(前)장관과 김 전(前)장관이 보여준 개개인의 처신을 바라보는 노대통령의 시각차이가 다를 수 있고, 일반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내보이기 힘든 속사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감안해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정운영의 책임성과 일관성의 유지를 위해서 커다란 흠결이 없는 한 장관의 임기를 유지시키겠다던 당초의 의지표명에 어떠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건 아닌지 아리송해진다.


그것이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면 현정부의 인재풀에 심각한 이상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 시급히 근본적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아무쪼록 이번 불상사로 말미암아 해당부처의 공무원들에게 쓸데없는 동요를 일으켜서 민생에 부담을 지우는 일이 없도록 뒷수습에 만전을 기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