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사회학자 동두율 교수가 노동당 서열 23위의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당중앙위원임을 자백했다는 국정원 보도가
발표되자, 보수세력은 물론, 그에게 우호적이던 진보진영
까지 크게 술렁이고 있다.
30년간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허위와 기만으로 일관했다는
데 대해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었고,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사람들조차
그의 행적에 대한 의문과 사상적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송교수의 지난 행적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국가보안법에 비춰볼 때 심대한 위법행위라는 점은
분명하다. 더욱이 수십차례 김일성 부자의 만수무강을 축원
하는 편지를 썼고, 김일성 주석 사망 때 김정일 국방위원
장의 손을 붙들고 통곡했다는 보도 내용을 접한 국민들에겐
그의 사상이나 인물됨과는 상관 없이 행적 그 자체만으로
반감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미 이데올로기의 벽이 세계적으로 붕괴되고
남북 역시 이데올로기적인 대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할 시점에서, 그의 지난 행적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시대 변화 속에서도 우리에게 잔영처럼 드러워진
레드 컴플렉스를 재연하는 듯 싶어 썩 개운치만은 않다.
그에 대한 사법 처리의 수위를 놓고 왈가왈부하기 보다는
귀국 이후 그가 밝힌 '한국 실정법 준수'와 같은 전향적인
태도에 주목해 앞으로 민족의 화합을 위한 노력에 충실할 것을
그의 임무로 준엄하게 요구하는 편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