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두 인물,
이승엽과 이효리. 그중 이효리는 초등학생들에겐
가장 닮고 싶은 연예인이다. 그녀의 노래와 몸짓,
의상과 웃음은 우리 시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가 된 듯 싶다.
동대문 시장엔 이효리 패션을 베껴논 옷들이
즐비하고, 집집마다 그녀의 섹시한 춤을 따라 배우는
아이들의 열정으로 뜨겁다. 그 뿐이랴, 스포츠 신문
에선 이효리의 한 마디를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1면에 버젓이 실어놓기 바쁘다.
얼굴이 그리 이쁜 것도, 몸매가 끝내주는 것도,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아무리 그 이유를
들춰낼려고 해도 찾기 힘든 것이 이효리의 매력이라고
들 한다.
이효리 열풍을 지켜보면서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짓누르는 삶의 위압적 무게를
느낀다. 일상의 무거움을 털고 아무 이유없이 단순해
지고 싶어하는 대중의 무아지경을 감지할 뿐이다.
북핵도, 파병도, 과외도, 입시도 방해할 수 없는
단순무구한 지경으로 한없이 빠져들고 싶은 사람들
을 위한 위안의 코드, 이효리는 그 일상을 벗어나는
출구의 안내인으로 대중들에게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하고 진지하고 의미있고 바람직한 세상의 가치
따윈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단순하고 감각적이고
때론 쾌락적이기까지한 우물 속으로 투신하고픈 요즘
사람들의 마음 풍경이 자못 쓸쓸하고 비장해보이는
이유는 뭘까..